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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05) 제24화 마법의 돌 ⑤

“점쟁이가 따로 없네”

  • 기사입력 : 2019-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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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에도 한국은 요정문화가 성행했다.

    “아버님도 귀여워하는 기생이 있잖아요. 그 기생에게 부탁해 봐요.”

    “무슨 일인 줄 알고?”

    “반도체 때문이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점쟁이가 따로 없네.”

    이정식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조인영의 엉덩이를 때렸다.

    “내 엉덩이가 기생 엉덩이인지 알아요?”

    조인영이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이정식은 한성반도체를 창업한 서민구를 만나러 갔다. 서민구는 40대 초반의 말끔한 신사였다. 그는 대학교 때 미국에 유학을 간 뒤에 보스턴에서 학부 강의까지 했던 전자공학자였다.

    “아직 아버지가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한성반도체는 제가 반드시 인수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서민구와 인사를 나눈 이정식이 정중하게 말했다.

    “나는 대학에서 강의나 해야 될 모양이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구려. 그대에게 한성반도체를 넘기겠소.”

    “저희를 많이 도와주십시오. 회사의 고문으로 모시겠습니다. 일정한 지분도 드리고요.”

    “하하하. 그렇다면 고문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해야 할 것 같소. 컴퓨터는 20세기 혁명이 될 거요.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는 거고… 그러나 반도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 연구와 개발이 계속되고 무궁무진한 개발과 발전이 있을 거요. 아니야, 혁명이라고 해야겠지. 산업혁명, 시민혁명, 그리고 반도체 혁명이 올 것이오.”

    서민구는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에 성공하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릴 것이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오.”

    서민구는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이정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재영을 설득했다.

    “반도체 사업은 라인 한 개를 갖추는데 1500억원이 들어갈 만큼 큰 사업이다.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500개가 넘는 공정에서 어느 한 군데도 불량이 없어야 하고,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먼지가 1평방미터 안에 한 개 이하여야 하는 초청정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하고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이재영은 일본을 왕래하면서 일본이 이미 반도체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삼일그룹의 발전을 일본의 기업들에서 찾았다. 그도 반도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일단 시작이라도 해야 합니다.”

    “너는 후계자 문제에 관심이 없는 거냐?”

    “후계자요? 후계자야 당연히 형님이 맡는 것 아닙니까?”

    이재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큰아들 이성식이 삼일전자 상무를 맡고 있었으나 연예인과 환각파티를 벌이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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