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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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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07) 제24화 마법의 돌 ⑦

‘아버지는 그룹이 더 중요한가?’

  • 기사입력 : 2019-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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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그룹 이재영 회장은 자식에게 그룹을 승계시켜야 했다. 큰아들 이성식은 미국에 가 있었으나 사건이 진정되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작은아들 이정식은 반도체에 미쳐 있었다. 삼일그룹이 반도체에 진출하려고 하자 다른 그룹이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정국도 어수선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자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계엄령을 강력하게 실시하면서 보안사령관이 12·12 사태를 일으키고 정부까지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대통령권한대행도 허수아비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다.’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이재영은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모두 긴장해라. 함부로 시국에 대해 말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이재영은 아들들과 딸들에게 선언했다. 그는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다. 자식들이 권력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찍히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려고 한다.’

    이재영의 큰딸 이성희의 남편 조민석이 말했다. 그와 같은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고 각 정당에서 그의 말을 인용하여 군부는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조민석은 명일그룹의 아들로 그룹에는 관계하지 않고 대학교에서 법학 강의를 하고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조민석을 연행해 가고 딸의 집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뭔가 불길하네.’

    이정식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민석은 누나의 남편이니 자형이 된다. 재벌의 아들이고 재벌의 딸과 결혼했으면서 재벌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의 재벌을 부패의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석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들렸다. 이정식은 누나까지 잡혀갈까봐 걱정이 되었다.

    “성희에게 집에 오지 말라고 해라.”

    이재영이 냉정하게 말했다.

    ‘아버지는 그룹이 더 중요한가?’

    이정식은 이재영의 말에 불만이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이성희와 조민석은 부부 사이가 좋았다.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이재영을 찾아올 수도 있었다. 삼일그룹은 비서실 안에 법무 팀도 있고 군부의 인맥까지 동원할 수 있었다. 비서실은 막강한 정보력을 갖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중앙정보부보다 더 막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직원도 15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삼일그룹이 도와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이재영은 그러한 사태를 경계하고 있었다.

    명일그룹은 세무조사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부도를 막기 위해 재정지원팀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들렸다. 그러나 고난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명일그룹 은행대출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명일그룹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

    조민석의 한마디가 그룹까지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이정식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열중하고 있을 때 보안사령부 상사가 찾아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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