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14일 (화)
전체메뉴

[기자수첩] 굿 럭!

  • 기사입력 : 2019-01-22 07:00:00
  •   
  • 메인이미지


    부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한 지방공기업 수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말대로 ‘기가 막힌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신축 야구장 명칭에 마산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마산 시민들을 겨냥해 ‘맹목적인 꼴통’, 지난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둔 도민구단에는 ‘난데없이 2등을 해 가지고’, 여성 문화센터장에게는 ‘수영장은 못 들어가겠는데, 남자들 많이 볼라 해서’, 장례식장을 담당하는 직원에겐 ‘팁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여기에 음주단속에 적발되고도 당시 자신과 면이 있는 경찰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는 자랑까지 곁들인, 그의 말을 빌려 ‘소통의 달인’인 자신이 ‘가족적 분위기’에서 한 말들이다.

    지면 사정상 장례식장 담당 직원에게 툭 뱉은 “요즘도 화끈하게 태워달라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은 미처 싣지 못했다. 지역 정가, 시민, 경찰이 그의 자질을 문제 삼는 것은 그 자리가 갖는 상징성에 견줘 볼 때 당연하다.

    보도 이후 여러 곳에서 사퇴 압력과 항의, 그리고 해명 요구를 받고 있는 그는 지난 닷새 동안 이곳저곳을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대처하는 방법일지는 모르겠다. 다소 구차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가 법적인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 않은가.

    20세기 독일 실존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책 ‘죄의 문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권력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 탓에 ‘만인의 피할 수 없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정의와 인권을 실현하는 권력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기자는 이 문구를 꼭 법적인 죄가 아닐지라도 잘못된 것에 침묵하는 것은 유죄라고 해석했다. 구태여 이런 말까지 꺼내는 것은 그가 한 말 가운데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말도 포함됐는데, 각계각층 중 유독 침묵하는 곳이 있어서다.

    참, 그의 막말을 지면에 실어 내보낸 후 그가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가 있다. 그에게도 필요한 말일 것 같아 다시 되돌려 드린다. 굿 럭!

    도영진 (사회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