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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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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아우팅-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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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me two·나도 당했다) 운동이 지난 한 해 내내 지면을 장식했다.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빙상계를 시작으로 스포츠 각 종목에서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올 한 해도 예사롭지 않음을 예시한다. 올해 미투는 스포츠계에서 시작됐지만 그 영역이 어디까지 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또 미투의 본질이 어떻게 변질될지도 알 수 없는 현실이다.

    ▼미투와 유사한 말로 ‘아우팅(outing)’이라는 말이 있다. 성소수자의 성적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폭로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coming out)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른바 아우팅(쟤도 당했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는 입을 다물고 있는데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쟤도 당했다’고 앞장서서 폭로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본의 아닌 피해 선례를 지적한 경우가 최근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학과장에게 불려간 한 대학생이 모 교수에게 성폭력 피해가 있느냐는 질의에 “전혀 그런 일 없다”고 했지만 “제보를 받았으니 염려 말고 말하라”고 추궁했다고 한다. 또 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로 추궁을 받아 “본인 의사를 묻지 않고 외부에 알리는 것”에 화가 났다고 한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민감한 사안이 미투라는 정의로 아우팅돼 2차 피해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성폭력 문제가 제기된 빙상·유도 종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가 진행될 것이라 한다. 썩은 조직문화를 도려내는 것은 마땅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하지만 정화라는 미명하에 유사한 경험을 한 선수 등이 있으면 지금 양심선언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뭔가 잘못 짚은 것 같다. 맑은 사회를 위해 추잡스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정의를 위해 남의 인권을 무시할 수는 없다. 타인을 순교자로 만들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 한다면 미투가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현 빙상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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