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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떤 운전자로 살 것인가- 정성규(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중부지사장)

  • 기사입력 : 2019-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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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90년대 초에 100만원을 주고 중고자동차를 샀다. 처음 내 차가 생기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트로트 테이프를 구입해서 들으면 마치 홀에서 생방송을 보는 것처럼 좋았다.

    하지만 이런 기분과는 별개로 차를 직접 운전한다는 것은 초보 운전자에게 매우 긴장되는 일이었다. 처음 시내를 나가보니 마주 오는 차들이 내 앞으로 돌진해 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오는 차는 내 뒤로 추돌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게다가 차선 변경은 어찌나 힘든지! 어떤 날은 백화점을 가기 위해 호기롭게 시내 로터리에 진입은 했지만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해 3바퀴를 빙빙 돌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일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운전은 익숙해졌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다만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갈 때는 지도책을 보거나 행인들에게 묻기도 했다. 몇 년 뒤 차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보니 ‘왜 진작 달지 않았나?’하고 후회가 될 정도로 편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다 보니 나는 점점 길치가 되었고 심지어 매달 갔던 고향에 갈 때도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기계의 편리함에만 의지하다 보니 내가 이 차의 주인이며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임을 잊게 된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달리면서 어떤 사람은 주인으로서, 운전자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내비게이션에 의지한 채 혹은 남의 차를 얻어 탄 것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후자는 어떤 길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길을 익히려 하지도 않고 다른 데 신경을 쓰거나, 잠을 자기도 한다. 그래서 운전자와 함께 같은 길을 달려도 정작 자신이 달려온 길이나 자신이 달려가야 할 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 삶의 운전자가 아니라 조수석에 탄 손님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길을 달려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스스로 몸으로 부딪혀 익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험한 길도 직접 달려보고, 부딪혀 봐야 그 길을 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정성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중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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