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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설렘-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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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때 산이나 유원지로 소풍을 가게 되면 보물 찾기를 자주 했다. 선생님이나 반장이 상품이 적힌 종이쪽지를 바위틈, 수풀 속, 나뭇가지 사이에 숨기면 찾는 놀이다. 시작 신호에 맞춰 곳곳을 뒤졌지만 나는 찾는 촉이 없어서인지 허탕 치기 일쑤였다. 하는 수 없이 여러 개를 찾아낸 친구에게 사정해 보물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뭐가 있을까 가슴 설레며 종이쪽지를 조심스레 펼치면 주로 공책,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이 적혀 었었는데, 그런 것도 귀했던 시절이어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무뎌지는 감정 중 하나가 설렘이다. 옛날에는 소풍, 운동회, 명절, 생일 전날이면 선물을 받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는데 요즘은 들떠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거의 없다. 설렘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서인지,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알 수 없지만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부터 전자상거래업체에서 설레어함을 팔고 있다.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사장님들이 엄선한 책을 복불복으로 판매하는 도서 큐레이션 프로모션이다. 헌책 3권과 스마트 그립, 연말 감사 카드 등으로 구성된 박스를 일정 금액에 판매하는 식이다. 설레어함 구입자들은 자신에게 배송될 상자를 기다리며, 상자를 열 때 어떤 책이 들어있을지 궁금해하면서 설렘을 느낀다. 내심 기대했던 책이 아닐지라도 헌책방 사장님들이 한 권, 한 권 고심해 골랐기에 대체로 책을 받고 만족해한다고 한다.

    ▼설렘은 단조로운 일상에 좋은 자극과 활력을 준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사는 게 별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이 즐겁고 재미가 있단다.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기 전 설렘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여행을 갈 때는 설렘이 있었던 것 같다. 조만간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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