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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피라미드-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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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대학 친구와 통화를 했다. 주로 현장을 뛰며 일을 하는 친구는 자기 일에 너무 만족한다며 관리자로 승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처럼 오랜 경력을 가진 이들이 현장에서 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단다. 가까운 한 지인은 육아를 위해 높은 연봉의 대기업을 나왔다. 당시 주위에서 너무 아쉬워하며 만류했지만 그녀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대기업과 높은 연봉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종편채널 드라마 ‘SKY캐슬’이 큰 인기를 얻으며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명문사립대에서 의사·교수 가족들을 위해 지은 타운하우스 ‘SKY캐슬’에서 살며 대한민국 상위 0.1%를 자처하는 이들의 처절한 욕망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들은 대를 이은 명문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의 입시에 목을 맨다. 특히 ‘야망의 화신’ 로스쿨 교수 차민혁은 두 아들에게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신분사회의 맨 위, 꼭대기에 올라서야 한다고 강요한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길 원하지 않고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행정이나 관리업무보다 본인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나 직위나 직급, 연봉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계속 더 위로 올라갈 것을 부추긴다.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마치 인생의 정답인 것처럼. 그렇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는 자, 게으른 자, 무능한 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일쑤다.

    ▼‘세상은 피라미드’라는 차민혁의 말에 아들은 말한다 “세상이 왜 피라미드야? 지구는 둥근데 왜 피라미드냐고!” 또 아들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기를 원하는 다른 부부의 중학생 아들은 말한다 “그거 아느냐. 미라는 피라미드 꼭대기가 아니라 중간에 있대. 그래서 피라미드는 중간이 최고야!” 누군가는 피라미드 중간에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외친다. 피라미드 꼭대기는 좁다. 언제까지 꼭대기를 향해 허우적대는 삶을 살 것인가. 드라마 속 아들들의 대사가 주는 울림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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