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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통일 과정의 동서독 교훈-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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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은 독일 통일 30주년이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동서독 과정은 이미 역사 속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점이 많다.

    냉전 시기 분단된 동서독 관계는 동독의 국가성 인정 문제로 출발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49년 서독지역에 출범한 아데나워 정부는 반공을 국시로 하여 할슈타인(Halstein) 원칙을 공식화했다. 할슈타인 원칙은 서독정부가 합법적으로 구성된 유일한 정부로서, 동독정부와 외교적 관계를 맺는 국가와는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소련의 베를린 봉쇄가 연합국에 의해 좌절되고 동-서 베를린을 통해 동독인들의 탈출 러시가 증가하자 소련과 동독은 1961년부터 베를린 장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소련이 서방세계의 완충으로서 동서독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독이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서독의 단일 대표성을 인정하였고, 동독의 유엔 가입은 1973년까지 좌절되었다. 닉슨의 중국 방문 등 동서 냉전이 데탕트 움직임을 보이자 서독 브란트 정부는 동독의 존재를 인정하고 긴장완화와 상호교류를 골자로 하는 ‘동방정책’을 추진하였다. 1970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상주대표부 설치 등을 통해 양독관계는 사실상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발전하였다. 이후 동독은 영국, 프랑스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74년에는 미국과도 국교를 수립하였다. 1980년대 다시 신냉전이 도래하기 전까지 유럽 내에서는 다자간 안보협력회의까지 출범시키는 등 밀월기를 가질 수 있었다. 냉전의 전형적 분단국인 우리도 데탕트에 힘입어 1970년 초부터 남북대화를 시작하였으나 김일성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북한과 반공을 국시로 하는 군사정부 간의 대결구조 속에서 냉전의 밀월효과를 향유할 수 없었다. 이후 우리의 긴장완화 노력은 유럽보다 무려 20년 늦게 진행되고 만다. 1990년 냉전이 해체되고서야 남북은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유엔에 동시가입하였다. 동구권 붕괴와 같은 국가붕괴 사태를 겪지 않으려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한 북한과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한미의 대응으로 북한은 냉전해체기에 처절한 생존에 성공하였다.

    동서독이 1970년대부터 시작한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이 한반도에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이후 10년의 진보, 10년의 보수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고, 그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지금의 핵보유국의 길을 걸어오게 된 것이다.

    서독의 브란트 정부가 동방정책을 내걸었을 때 서독 내 보수진영의 반대는 극렬했다. 동독 체제의 연장과 통일의 영구적 포기가 반대 주장의 골자였다. 그러나 그 당시의 시대적 흐름은 동독 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없었고 패전국인 서독이 스스로 통일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오히려 긴장완화와 공존정책을 통해 동독뿐 아니라 동구권 전체의 이완과정을 촉진할 수 있었다. 대결보다는 교류협력을 통해 분단으로 고통받는 동서독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기여하였다. 중요한 것은 당시 동독이 보인 변화다. 동독은 그토록 원하던 국가성을 인정받으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고 자유, 인권, 개방 등에 있어 국제사회의 기준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인적교류를 허용하고 여행을 자유화하였다. 정치범을 서독에 넘기기도 하였다.

    냉전이 해체된 지 30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한반도는 전 세계 마지막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대장정에 들어섰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이번엔 반드시 좌절시켜야 한다. 북한을 정상국가화시켜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게 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분단의 고통을 치유하고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자유 왕래와 상호 의존성 확대를 통해 공동체적 통일을 추진해 나가면 점진적 통일과정이 완성될 수 있다. 지난해 남북대화를 비롯하여 새해 벽두부터 북미대화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권과 언론, 일반 국민들은 이를 지지하고 성원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대화를 통해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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