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경남은 권한대행 시대-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2-14 07:00:00
  •   
  • 메인이미지


    장인태, 김채용, 임채호, 류순현, 한경호, 박성호…. 이들의 공통점은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은 행정부지사들이다. 경남도는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 이후 5명의 도지사 가운데 4명이 중도 사퇴하거나 법정 구속되면서 6명의 권한대행이 지사직을 수행한 기간만 2년이 넘는다.

    도청 고참 공무원들은 도지사 5명에 권한대행 6명까지 11명으로부터 ‘결재’를 받은 광역자치단체가 대한민국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역대 민선 단체장들의 행적을 보면 김태호 도지사를 제외한 김혁규, 김두관, 홍준표 지사는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권 도전을 위해 도지사직을 버렸다.

    김혁규 전 지사는 지난 2003년 12월 15일 중도 사퇴했다. 당시 장인태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이 됐지만 그도 이듬해인 2004년 6월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사표를 냈고, 다시 김채용 행정부지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2010년 당선된 김두관 전 도지사는 취임 2년여 만인 2012년 7월 6일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임채호 행정부지사가 그해 12월 19일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연임에 성공한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17년 4월 9일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다가 2017년 8월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아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 전까지 열 달 넘게 도정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1월 30일 김경수 지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박성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이 됐다.

    권한대행체제로 바뀐다고 도정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부지사와 실국본부장을 중심으로 시스템화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 특히 경남도는 대행체제를 자주 경험해 많은 학습이 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은 앞선 권한대행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다. 우선 김 지사의 법정구속이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정운영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었다. ‘김경수표 도정’이 자리잡기 전인 임기 7개월 만에 벌어진 사태라 추진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 제2신항, 김해신공항, 남부내륙고속철도, 스마트 산단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은 김 지사의 부재로 인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벌써 제2신항 협약식이 연기되는 등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도정에 복귀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김 지사 석방운동을 둘러싼 여야간 정쟁이 정치 후폭풍으로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김 지사가 도청으로 복귀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 때 도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1년 넘게 도지사 공백사태를 맞게 된다. 경남 도정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흔들림 없는 도정’을 강조하며 비장한 각오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도민들에게는 지원과 협조를 당부하고, 공무원들에게는 “의연하게, 당당하게, 차분하게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각별히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권한대행을 맡은 2주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해 출신이며 지방 행정과 지방분권 전문가인 박 대행이 잘 헤쳐나갈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