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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금, 왜 ‘가야’인가?-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9-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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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야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야고분군, 문명과 교류의 타임캡슐’, ‘숨은 가야제국의 화려한 역사’ 등은 지난해 공영방송에서 다루어진 가야 관련 다큐이다. 곳곳에서 학술대회도 개최되었다. ‘문헌과 고고자료로 본 가야’ 학술심포지엄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를 비롯한 한국고대사 관련 주요 학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경남도청에도 ‘가야문화유산과’란 부서가 만들어졌다. 시·군에도 설립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이 대통령 제안으로 지방정책 국정과제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뜬금없다’고 말했지만,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으로 연구되다 보니… 가야사는 신라사에 겹쳐서 제대로 연구가 안 됐다”, 가야는 경남과 경북뿐만 아니라 섬진강 주변 광양만, 순천만, 남원 일대가 맞물리는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지적은 숙고한 결과로 보인다. 2001년 가야문화사업 기공식에서 “가락국은 당시 앞선 토기와 철기 문화로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문명 국가였다. 하지만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가야국이 통일신라시대부터 역사 속에서 실종됐고 문헌사료 빈곤으로 국가적 관심에서 소외됐다”라고 밝힌 김대중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역사연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다. “대통령이 역사의 특정 시기나 분야 연구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가야사 연구가 영호남의 벽을 허무는 좋은 사업이라는 이야기도 역사를 도구화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고대사에서 가야사 연구가 소외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고대사 연구가 삼국 중심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온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며, 가야사 연구에 대한 소외를 문헌자료의 빈곤 때문이라는 지적 또한 핑계일는지 모른다. 한국고대사에서 삼국을 제외한 다양한 고대국가를 인정하지 않았고, 주변부로 인식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고대사회는 삼국뿐만 아니라 가야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집단의 형성과 성장 속에서 발전되어 왔다. 가야를 이해하는 것이 한국의 고대사회,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역사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

    가야는 한국고대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역사이며 문화이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치체제이므로, 지방자치제의 실현에 가야사 연구는 기여할 수 있다.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라 일부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가야사연구는 해당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연구와 복원’을 언급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말하지만, 오히려 가야사 연구는 부진하며, 새로운 연구자의 공급도 정체된 상황이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비롯한 인문학 관련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는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우려도 있다. “관련 예산을 배정하면 지자체는 실적을 내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관련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많은 예산이 무분별하게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과제로서의 ‘가야사연구와 복원’이 다른 역사 분야를 소외시켜서는 안 되지만, 여태껏 삼국이라는 강대국 중심의 연구와 교육으로 소외되어 왔던 가야사 연구가 진전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부족한 문헌자료를 대신해서 가야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인 문화유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유산 보존을 바탕으로 가야사 연구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그 결과를 교육하고, 보존된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오래도록 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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