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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밥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자- 안상준(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9-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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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편의점 한구석에서 컵라면으로 급하게 한 끼 때우는 학생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시간이 부족해서 쌀밥 대신 빵이나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집에서 밥 한 그릇 할 시간조차 없는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먹을거리는 풍부해지고 식습관은 서구화로 변해서 예전보다 밥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으로 전년보다 0.8㎏(1.3%) 줄었다. 1970년 136.4㎏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30년 전(1988년 122.2㎏)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67.3g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밥 한 공기를 100g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겨우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셈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렇게 매년 쌀 소비가 감소하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재고 부담은 물론 쌀값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추세로 전체 농업소득의 40%에 해당하는 쌀 소득이 감소한다면 농업과 농촌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결국 쌀 소비량이 줄어 밥심을 잃게 되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국가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잃어버린 밥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정과 학교 우리 모두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먼저, 정부는 쌀 소비촉진 대책을 재점검하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실효성이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의 방법으로 단순히 경작면적을 줄여 생산을 감소시키는 방법 외에, 소비 확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쌀 소비촉진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으로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현실의 상황을 직시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두 번째, 식품기업도 쌀소비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 R&D 분야에 조금 더 투자해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쌀가공식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쌀국수, 쌀파스타, 쌀전병 등과 같은 쌀가공식품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면 웰빙시대에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수입쌀이 아니라 우리쌀이 재료가 돼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보조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과 같은 정부의 협조가 뒷받침된다면 기업들도 우리쌀 소비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입맛이 밥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침밥 대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 식탁을 차지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쌀 중심 식습관을 홍보하고 쌀의 소중함을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쌀은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 조상 대대로 먹어 온 주식이며,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이다. 그토록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밥의 힘, 바로 밥심의 저력이 아닐까. 이 힘이 계속 유지돼야 나와 가족의 건강은 물론 국가 식량안보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밥심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다.

    안상준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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