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529) 제24화 마법의 돌 29

“내일 계약을 할까?”

  • 기사입력 : 2019-02-25 07:00:00
  •   
  • 메인이미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서경숙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

    이정식은 서경숙을 미국 회사로 출장을 보냈다.

    휴대폰 생산이 가까워지면서 헨리 제임스와의 협상도 있었다. 헨리 제임스는 서경숙이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인물이었다.

    이정식은 서경숙이 미국으로 떠난 지 사흘 후에 갔다. 미국에 도착하자 서경숙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상황을 보고했다.

    “헨리 쪽 상황은 어때?”

    헨리 쪽은 헨리 제임스가 설립한 회사를 일컫는 것이었다. 헨리 제임스는 부인 도나와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 이름도 <헨리&도나>라고 지었다.

    “사정이 안 좋습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서경숙이 사무적으로 보고했다. 차는 공항을 빠져 나와 회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회사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CDMA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때?”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 TDMA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우리 쪽 연구자들은?”

    “CDMA로 가자고 합니다.”

    “서경숙씨는 어떻게 생각해?”

    “CDMA로 가야죠. 헨리 쪽에 개발비 지원을 해야 합니다.”

    서경숙은 끊고 맺는 것이 확실했다. 오피스걸답게 남색의 정장 투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두 개의 탐스러운 가슴이 하얀 블라우스를 떠받치고 있었다.

    “어떻게?”

    “투자도 상관이 없고 개발비 지원도 상관이 없습니다. 상당히 급한 것 같습니다.”

    “일단 개발비 지원으로 하지. 내일 계약을 할까?”

    이정식은 차창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내다보다가 말했다.

    “네. 헨리 쪽에 연락하겠습니다.”

    이정식은 미국 회사에 들러서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사 현황을 보고받았다. 저녁식사는 임원들과 함께했다.

    “서 비서는 약혼만 해놓고 왜 결혼을 안 해?”

    호텔의 커피숍에서 이정식이 물었다. 긴 여행으로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신랑 쪽에 조금 사정이 있습니다.”

    서경숙이 이정식을 빤히 쳐다보았다. 서경숙의 눈빛이 쏘는 듯이 강렬했다.

    “무슨 사정?”

    “개인적인 거라….”

    “만약에 금전적인 거라면 언제든지 얘기해.”

    “네.”

    서경숙이 얌전하게 대답했다. 이정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경숙이 우울해 보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