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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괄도 네넴띤-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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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괄도 네넴띤’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재미있거나 또는 당황스럽다. 아마도 전자는 신세대에, 후자는 기성세대에 가까울 것이다. ‘괄도 네넴띤’은 팔도가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출시하면서 내건 이름이다. 자음과 모음을 모양대로 조합해서 ‘괄’을 ‘팔’로 읽고, ‘네’를 ‘비’로 읽는 신조어체를 반영했다. 젊은 층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하루 만에 1차 판매분 7만5000개가 전량 팔렸고, 팔도에 대한 신세대의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괄도 네넴띤과 같은 언어유희 마케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통업계에서 화두였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SSG닷컴은 ‘SSG’를 한글로 표현한 ‘쓱’ 마케팅으로 매출을 20% 이상 올렸다. 현대홈쇼핑의 현대H몰은 자체 브랜드로 ‘괜찮네’의 초성만 뽑은 ‘ㄱㅊㄴ’을 론칭했고, 롯데면세점도 롯데듀티프리(LOTTE DUTY FREE)의 첫 글자 LDF에서 D를 아래로 내려 한글로 읽히는 ‘냠’ 마케팅을 펼치면서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언어유희를 두고 ‘한글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신조어에 반감을 가진다. 세대 간 단절감을 느끼고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언어습관도 걱정이 된다. 매년 한글날이면 신조어로 인한 한글 파괴와 신조어 문화의 폭력성을 알리는 기사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걱정에 한 청소년 단체는 이러한 제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게 한글이 아니면 두글이에요? 청소년 문화 그만 까세요.’

    ▼언어는 움직이는 문화다. 신조어는 신세대들의 문화이고, 그들의 은어(隱語)와 같다. 은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각 세대별 조직별로 존재해 왔다.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가 신조어를 못 알아듣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닌 듯싶다. 대부분 신세대들은 보편적 언어로도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대 간 소통이 사회적 과제인 시대, 신조어를 대하는 태도를 고민해 본다. 괄도 네넴띤을 인상 쓰며 불편해할 것인지, 아니면 웃으며 인정할 것인지.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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