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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불망초심(不忘初心) - 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않는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9-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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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상위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은 졸업하면 그 인근 도시에 있는 좀 더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한다고 도시로 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 있는 중학교에서 시골 군 단위의 좋은 고등학교로 진학한다고 한다.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려든다.

    도시지역의 학생들이 몰려드는 군 단위에 있는 학교가 몇 군데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학교가 함안고등학교이다. 동창회의 지원도 많고, 또 군청에서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같은 학교였다가 함안고등학교와 분리가 된 함안중학교를 나왔다.

    함안중학교와 함안고등학교는 교정이 하나였으므로 교장도 같고, 교가도 같고, 도서관이나 강당 같은 것은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 학교 앞을 늘 지나다니면서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 교정에 다시 들어가 본 것이 두 번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갈 만한 계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4일 함안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필자를 위한 연학후원회 총회를 개최했다.

    보잘것없는 필자가 아무런 경제적 걱정 없이 연구와 저술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7년 전에 연학후원회(硏學後援會)라는 것이 결성됐다. 뜻있는 분들이 필자를 위해서 결성한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총회를 하는데, 늘 필자가 사는 진주에서 개최해 왔고, 중간에 한 번 서울에서 개최한 적이 있다.

    함안에 사는 선배 친구 후배들이 함안에서도 한번 개최하라고 해서 함안고등학교에서 열리게 됐고, 이 일을 계기로 함안고등학교 교정에 다시 들어가 보게 됐다.

    회원들이 서울, 대전, 안동, 광주, 대구, 부산 등지에서 운집해 들었다. 참석 인원을 500명 정도 예상했는데, 700여 명이 모여들어 식사가 모자라고, 준비한 기념품이 모자랐다.

    필자를 위한 후원회에서 강연하기 위해서 안동 도산(陶山)에서 구순에 가까운 퇴계선생 종손 이근필(李根必) 옹도 참석하셨다.

    필자에게는 과분한 일이고, 황송한 일이다.

    별 한 일도 없는 필자를 위해서 후원회 회원은 물론이고, 함안 군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 고마울 따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혼자 가만히 다짐했다. ‘처음 먹었던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不忘初心]. 내가 한 일이라고는,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문을 좋아해 한문에 관심을 갖고서 열심히 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수많은 분들이 원근에서 모여들어 나를 격려하고 도와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학문을 잘 연구해서 원래 모습을 밝히고, 많은 후학들을 양성해서 대를 이어가도록 하라는 지상의 명령이다. 내가 이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길밖에는 달리 보답할 길이 없다.’

    *不 : 아니 불. *忘 : 잊을 망.

    *初 : 처음 초. *心 : 마음 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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