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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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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휴대폰과 군-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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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기가 없고 통제가 안 되는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 한다. 무능한 군대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지만, 초기 당나라 군대는 중국 역사상 최강의 군대였다. 북방 유목민들의 기동력을 받아들여 경기병대를 만들고, 각 지역 이민족들을 활용하며 모든 병종의 장점을 모으기도 했다. 10년 남짓 동안 중국대륙 통일뿐만 아니라 북쪽으로 유목제국, 서쪽으로 중앙아시아, 남쪽으로 베트남, 동쪽으로 고구려 및 백제, 일본까지 그 세력을 뻗쳤다.

    ▼이 같은 막강 군대가 무능 군대의 대명사가 된 것은 8세기 말쯤이다. 중국 당나라는 강한 대제국을 이뤘지만 안사(安史)의 난을 겪으면서 모병제 확산으로 이민족인 돌궐, 사타, 거란 등 종족을 군인으로 선발했다. 당연 말이 통하지 않고 통제가 잘 되지 않아 당나라는 군사적인 면에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당나라 군대는 엉성한 조합의, 군기가 없고 통제 불가능한 부대를 가리키는 비꼼의 대명사가 된다.

    ▼국방부가 지난해 초부터 일부 부대를 대상으로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일부 병사에서 도박사이트 접속, 음란물 관람, 부대촬영 인터넷 방송 등 ‘군기문란’ 수준의 문제점이 적발됐다. 모 국회의원은 군대의 휴대폰 사용에 대해 “당나라 군대를 만드느냐”고 질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꼰대였다. 국방부는 병사들을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부여하면 책임도 그만큼 따라오는 것으로 설명해 꼰대스럽게 했다.

    ▼휴대폰 시범운영으로 장단점을 찾겠지만 반길 사항만은 아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평일 일과 시간 이후(오후 6~10시)와 휴무일로 한정한다지만, 이번 조사에서 ‘시간 외 사용’이 91건으로 위반 건이 가장 많았다. 학교 운동부도 저녁이면 휴대폰을 거둬들인다. 휴대폰을 거두지 않으면 밤새 휴대폰을 봐 다음 날에 많은 차질을 빚는다. 물론 성인 군대가 학생 운동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통제의 필요성이 있는 군 특유의 역할이 있다. 분단의 현실 속에 군의 휴대폰 사용 허가는 정신무장 해제처럼 느껴진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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