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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조선조 문예부흥지 장산숲, 디카시 토포스로-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 기사입력 : 2019-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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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은 지난 1월 10일 ‘구미 땡기는 고성 구경’을 캐치프레이즈로 지역 특성이 담긴 대표 볼거리, 먹거리를 발굴해 고성 9미(味) 고성 9경(景)을 선정 발표했다. 천혜의 경관과 풍부한 먹거리, 소가야의 역사적 유적 등이 즐비한 관광 고성의 진면목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특히 고성 9경의 하나로 선정된 장산숲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장산숲이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장산숲은 산림청과 유한킴벌리 등이 공동 주최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2009)에서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되기도 할 만큼 규모는 작지만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전국에 아름다운 숲들이 많지만 장산숲만큼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다. 장산숲은 개서어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푸조나무, 배롱나무, 산벚나무 등 250그루의 아름드리 수목군과 함께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지방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된 바 있다. 장산숲은 약 600년 전 조선 태조 때 호은 허기 선생이 마을의 풍수지리적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비보 숲이라 전해진다.

    허기 선생은 고려 말 신돈 탄핵 상소와 관련해 고성의 죽도에 유배됐다가 신돈이 실각하자 왕이 다시 불렀으나 더 이상 정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선생의 인품을 흠모해 중용하려 했으나 선생은 불사이군의 대의를 몸소 실천하며 장산에 터를 잡고는 두문불출했으니, 오늘의 장산마을이 김해 허씨 집성촌이 된 배경이다.

    장산숲을 조성할 당시에는 길이가 1000m 였으나 지금은 길이 100m, 너비 60m로, 약 600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고성군은 장산숲 가꾸기 프로젝트로 주차장도 확보하고 숲의 원상 복원을 위한 용역도 의뢰하며 장산숲을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숲으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산숲의 명칭은 한자어로 문장 장(章), 뫼 산(山)의 한자어 장산(章山)이라는 마을 이름에 고유어 숲이 붙은 합성어이다. 장산숲은 문장의 숲이라는 뜻이니 장산숲 자체가 문예부흥의 산실임을 말한다. 원래 장산마을의 지명은 마을 뒤쪽의 산이 노루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노루 장(獐)의 장산(獐山)이었는데 조선 성종 때 천산재 허천수의 문장이 너무나 뛰어나 마을 지명이 노루 ‘獐’(장)에서 개사슴록변이 떨어져 나가고 글 ‘章’(장)으로 바뀌어 지금의 장산(章山)이 됐다. 조선조 이후 장산숲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문예부흥의 ‘토포스’였음을 웅변하는 일화라 할 것이다.

    지난해 장산숲에서 제11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그것은 고성이 발원지인 디카시의 토포스로 장산숲이 다시 한 번 더 조명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제4회 디카시작풍상 시상, 한중인니 대학생 디카시 교류전, 제1회 경남 고성디카시공모전 시상 등 다채로운 행사와 아울러 장산숲 고목나무에 디카시 액자를 매달아 야외 디카시전도 열렸는바, 원래는 전시 기간이 일주일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한 달 이상 연장 전시됐다.

    고성을 발원지로 하는 디카시 문예운동이 한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장산숲이 고성 9경의 하나로, 조선조의 문예부흥지라라는 역사적 기반 위에서 21세기 디지털 문예운동의 토포스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상옥 (시인·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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