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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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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차-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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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데다 자가용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기차는 장거리 여행에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나 역시 수도권에 있던 외갓집에 갈 때 완행 기차를 타곤 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열차표를 예매할 수 있지만, 당시엔 출발하기 며칠 전 기차역에 가서 열차표를 사놓아야 하는 등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하지만 삶은 달걀과 사이다, 가락국수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는 데다 멀미 걱정이 없는 기차여행이 신났다.

    ▼1980년대 초반 ‘은하철도 999’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TV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 몸을 얻기 위해 신비의 여인 ‘메텔’과 은하여행을 떠난 소년 ‘철이’의 이야기로, 땅으로 다니는 줄만 알았던 기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화질·음향·그래픽이 지금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오늘날까지 걸작으로 회자되면서 많은 기차 덕후를 만들어 냈다.

    ▼북미 하노이 담판을 위해 김정은이 베트남을 오갈 때 전용 기차를 이용해 주목받았다. 비행기로 5시간인데 중국 내륙 3500㎞를 60시간이나 종단하는 고생을 두 번이나 사서 한 것이다. 전용기인 ‘참매 제1호’가 구 소련제 노후 기종으로 안전하지 않아 기차를 선택했다고 한다. 김일성·김정일이 외국 방문에 기차를 애용했던 만큼 선대의 외교행보를 이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향수와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 철도만 연결되면 북한과 중국, 베트남 하노이~동당 구간은 같은 궤도(표준궤)를 운용하기에 베트남 하노이까지 기차 운행이 가능하다. 서울을 출발해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을 지나 베이징에 도착, 징광선 (베이징~광저우)을 이용해 허베이성·허난성·후베이성을 종단한 뒤 후난성 헝양에서 샹구이선으로 갈아타 광시좡족자치구를 훑고 난닝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 향할 수 있다. 기차로 북한·중국을 거쳐 동남아, 나아가 유라시아까지 여행하는 날을 꿈꿔 본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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