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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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영국 런던

고풍스런 풍경이 매력적인 도시

  • 기사입력 : 2019-03-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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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에 몇 번이나 ‘도착’이라는 것을 해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아마도 도착한 첫날을 한인 민박집에서 시작했던 것은 딱 한 번 있었다. 그 민박집이 ‘마블아치’ 지하철 역 근처에 있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들도 많았고, 영국 전 총리가 살고 있다는 집 앞은 조용해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길, 민박집에서 내가 시내로 걸어가는 시작은 이런 풍경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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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보니 여전히 고풍스러운 집들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불규칙하게 서 있지만 규칙적인 건물들보다는 아름다웠다. 아직은 봄이 오기 전이라 특유의 스산한 공기가 나쁘지 않다. 출근시간은 지나 거리가 붐비지 않아 여유나 좀 부려 보려 길가를 관망하기 좋은 적당한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셔본다. 카페는 오래되고 평범해 보이는 런던의 개인 카페였지만 이 느낌이 그대로 한국 어딘가에 카페로 자리했다면 필시 핫 플레이스로 등극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다시 길을 걷다 보니 지하철 역 이름의 마블아치가 아니라, 진짜 마블아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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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마블아치 도로.

    파리의 개선문 같은 웅장함은 아닐지라도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문은 1800년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런더너들에겐 아주 익숙한 런던 시내, 이를테면 옥스퍼드 스트리트나 피카딜리 서커스로 이어지는 그 소호지역 시작점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마블아치. 이 옛날 건축물은 현대적인 차들과 사람들 그리고 잘 정비된 길과 조화롭게 서 있다. 물론 마블아치가 소호라 불리는 런던 시내를 들어가는 메인 길과 하이드파크의 경계지점에 있으므로 도심 속 푸른 공원과 어우러져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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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퍼드 서커스행 버스.

    현지인들처럼 하이드 파크 어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 여유로이 마시는 것도 좋은 선택지이긴 할 테지만 나는 오늘 런던 시내까지 마냥 걷기 위해 나왔던 길, 하이드파크와 마블아치를 등지고 시내 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1909년 설립된 셀프리지 백화점이 보인다. 참고하자. 런던에 있는 백화점들 중에서 우리나라 백화점과 가장 구성이 비슷하면서 볼거리도 많은 백화점이다. 해리 고든 셀프리지가 만든 최초의 현대적인 백화점이지만 2019년인 지금 그런 백화점을 만들라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고풍스러운 외관, 백화점 건물이 아니라 마치 역사적인 공연장 같은 풍모를 자랑한다.

    주변의 가게들이 점차 ‘다운타운’ 같은 느낌이 들 만한 익숙한 가게들이 보인다. 해외 유명 SPA 브랜드 매장이라거나 식음료를 파는 대형 슈퍼마켓,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과잉 공급은 아닌 것 같지만 휴대폰 매장과 거대한 ‘나이키 타운’이 나오면 여기서부터는 내가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 볼거리가 달라진다. 나는 시내에 도착했고 오늘은 리젠트 스트리트를 걸어내려가 피카딜리 서커스를 목적지로 해보려 마음을 먹었다. 가장 자주 가던 거리이며, 가장 좋아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단 한 번도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 더 신기했다. 불규칙하지만 부자연스럽지는 않은 건물, 길. 이쪽 골목으로 빠지면 오래된 공연장이 있고 저쪽 골목으로 빠지면 오래된 미술원도 구경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오늘 ‘존 내쉬’라는 희대의 도시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이 거리의 건축물이 주는 깊은 아름다움과 함께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 자주 가던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유일하게 계획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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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딜리 서커스.

    피카딜리 서커스의 원형 광장은 6개의 각기 다른 길에서 모인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다. 모르긴 몰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남의 장소와 같은 곳임이 분명하다. 내가 목적지로 삼은 곳이다. 언제와도 약속을 잡은 사람들과 관광객들, 그리고 시내에 일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잠깐 휴식을 취하느라 앉아 쉬는 곳, 대기업들의 간판이 흉물스러울 법도 하지만 빌딩 숲속에 거대 간판들만이 랜드마크처럼 여겨지는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에 비하면 멋지기 그지없다. 나는 오늘, 그날 걸었던 런던 시내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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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피카딜리 서커스의 원형 광장.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과거의 런던에서의 오늘과 달리 2019년 오늘, 창원 중앙동에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도착했다. 결혼식을 마친 후 출근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길을 걸어본다. 양쪽에 높은 오피스텔들, 유독 젊은 여성들이 많이 오가는 것 같은 높은 건물들, 지나치게 넓은 길에 뻗어 있는 횡단보도, 모든 블록들을 네모 안에 집어넣으면 테트리스라도 하듯이 맞춰 들어갈 것 같은 길과 건물들을 지나 상남동으로 들어간다. 이곳 9층짜리 건물들에 대체 상점은 몇 개씩이나 들어 있을까. 간판은 왜 그렇게나 경쟁하듯이 화려한지, 반짝거리지만 부자연스러운 풍경, 비정상적으로 많은 노래방과 휴대폰 가게, 그 높고 불편한 간판들이 갑갑해 도망치듯이 빠져나온다. 그나마 런던에서 가 본 듯한 카페의 인테리어와 닮은 카페에 들어가 숨이나 돌려볼 뿐.

    길고 짧은 글, 한 번을 걸어도 할 말이 차고 넘치는 길과 수백 번을 걸어도 별로 할 말이 없는 길.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길과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어느 길을 비교하는 것은 비교 대상 자체가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어느 ‘다운타운’을 가보면 ‘아름다운 길’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나마 서울 인사동이나 삼청동, 전주 한옥마을 정도를 역사가 담긴 ‘다운타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점차 변질되고 있다는 것쯤은 뉴스 몇 번만 넘겨보면 알 수 있다. 하나 잊지 말자. 대한민국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견한다고 해도 뒤떨어질 리 없는 무구한 역사, 그 역사가 각 도시에 깃들어 있음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을 높이 올린다고 해서 그곳의 문화와 역사적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돈이라는 가치에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하듯이 높이 올린 건물들이 드리우는 길고 깊은 그림자는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역광일 뿐이다. 말 그대로 ‘투기’일 뿐 ‘투자’가 아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한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나라는 아름답다는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산과 들은 매번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는 것이다. 걷고 싶은 길을 만들 재료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부수지 말고 높이 올리지 말자. 투기 말고 투자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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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리버맨)

    △1983년 마산 출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창원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카페 '버스텀 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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