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풋얄푼 저며
접시에 납죽
죽은 척 묵이
젓가락이 닿자
파드득파득 살아난다
어렵사리 잡아
양념한 간장에 데려가려 하자,
‘어딜!’
미끄덩 몸을 날려
재빨리 빠져 달아난다
식탁 위에 놓친
묵 한 마리,
기다려라
이번엔 드넓은 숟가락이닷!
겨우 잡았는데
꼬리를 자르고
식탁 밑으로 도망간다
바닥에 누워
가쁜 숨 아가미를 달싹인다
☞ 묵 한 점 집어먹는 모습을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동시의 힘인 것 같다. 얄풋얄풋, 파드득파득 같은 표현 속에서 묵이 생명력을 갖고 결국에는 아가미를 달고 달싹이게 만드는 상상력. 누구나 한 번쯤 식탁에서 묵 한 점과 이와 같은 씨름을 해 본 적 있기에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경칩도 지나고 정말 봄이다. 봄 햇살 닿는 곳마다 ‘식탁 위에 놓친 묵 한 마리’처럼 꿈틀거리고 ‘가쁜 숨 아가미를 달싹’이는 것 같다. 언 땅을 비집고 세상과 만나는 새싹들처럼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 기지개를 켜고 큰 숨 한번 쉬어보면 어떨까. 장진화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