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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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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37) 제24화 마법의 돌 37

“아버지, 제가 늦었습니다”

  • 기사입력 : 2019-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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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와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아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정식도 그 탤런트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수고가 많다.”

    이정식은 이동성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병실 앞에 있던 친척들과 임원들이 이정식에게 인사를 했다. 이정식은 그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재영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이정식은 이재영의 앙상하게 메마른 손을 잡았다. 이재영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에도 초점이 없었다.

    “아버지, 제가 늦었습니다.”

    이재영에게 속삭이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재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없어?”

    “없습니다.”

    이동성이 대답했다. 병실에는 어딘지 모르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형님은?”

    “낮에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이성식은 삼일그룹을 이정식에게 승계한 뒤에 사이가 멀어졌다.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었다. 최근에 연예인과 나쁜 소문을 흘리고 다니는 일은 줄었으나 마약은 아직도 손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마약에 오랫동안 손을 대고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정식은 침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이재영이 말을 못하니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재영이 임종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서경숙은 체코에 있을까?’

    서경숙은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서경숙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하루가 지났으니 잘츠부르크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재영 앞에 30분쯤 앞에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미국에 있던 딸이 대추차를 가지고 왔다. 병실이 특실이기 때문에 접견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언제 귀국했어?”

    “어제 연락받고 바로 왔어요.”

    “잘했다.”

    이정식은 대추차를 한 모금 마셨다. 병원장과 담당주치의가 와서 인사를 했다. 그들이 이재영의 상태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아버님이 당신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 계신 거래요.”

    이재영은 이미 오전에 임종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다. 이정식은 차를 마시고 복도의 한쪽 끝에서 담배를 피웠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재영은 다른 사람들처럼 달갑지는 않았다. 언제나 사업 때문에 바빴고 이재영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이재영은 언제나 그가 잠이 든 뒤에야 돌아왔다.

    이재영은 저녁 7시에 임종했다. 그가 병원에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의 일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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