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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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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찾아서] (6) 금속공예작가 김미나씨

지칠 땐 여행… 배움 통해 노동 의미 찾아

  • 기사입력 : 2019-03-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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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나(29)씨는 금속공예작가다.

    창원 성산구 귀산동이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미대 진학을 꿈꿨던 친구를 따라 우연찮게 미술학원을 다니게 됐다. ‘친구와 같이 1개월만 다녀야지’하는 마음으로 발을 들였는데, 친구는 금세 뜻을 접었다. 그렇게 그는 3년을 다닌 끝에 금속공예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 시절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예물회사에서 인턴십을 거쳐 졸업 후 곧바로 서울에 있는 문구회사 상품제작팀에서 MD로 직장생활을 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초 창동예술촌 8기 입주작가로 창동에 자리를 잡았다. 창동을 지키고 싶어하는 청년작가들과 의기투합해 ‘소란소란’이라는 문화행사도 매달 한 번씩 열고, 오는 8월엔 개인전을 열기 위해 창작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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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나 금속공예가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빛내음 공방에서 목걸이와 귀걸이 등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는 공방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공예쪽 일로 마땅한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창원으로 내려와 5평 남짓 작은 ‘빛내음’이란 상호를 단 공방을 차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창업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돼 창원시 1인창조비즈니스센터에 금속공예 아이템으로 입주했다. 이후 창동예술촌 입주작가가 되면서 지난해 초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트주얼리를 판매하고,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는다. ‘본디시리즈’라는 이름의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 아트주얼리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김미나씨는 문화예술교육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내려오자마자 미술학원 강사 일을 시작으로 강사 경력을 쌓아나가던 중 작품을 만드는 일보다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일에 큰 성취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문화교육진흥원 소속 문화예술강사가 됐다. 이후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과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에 출강하게 됐다. 1년에 한 번씩 공모를 통해 선정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매주 두 번, 합천과 함양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호흡한다.

    모두가 워라밸을 외치는 시대. 작가이자 공방운영자이자 문화예술교육사, 1인 3역으로 사는 ‘하고재비’인 그는 언뜻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거나 혹은 꿈꿀 수 없는 상황일 것 같기도 했다.

    “20대의 저를 돌아보면 1년에 한 번꼴로 새로운 일을 배우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었어요.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또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고, 일에 묻혀 있다 보니 쉽게 ‘번아웃’이 왔었죠.”

    직업의 특성상 일이 없을 땐 없고, 몰릴 땐 몰리는 경우도 많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또 애정을 쏟고 있는 창동에 더욱 애착을 갖기 위해 워라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는 “보따리장수처럼 이런저런 새로운 일을 하다가 공방을 1년 운영해보면서 워라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직장인이 아닌 작가와 문화예술교육사로서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워라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 기준은 그가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는 창동예술촌을 주기적으로 떠나는 것이다.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이란 노래 가사처럼, ‘지칠 때쯤 떠나야’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주 5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8시에 퇴근하는 입주작가로서의 일상, 그 시간을 통해 창작활동을 펼쳐야 하는 어려움, 주 2회 문화예술강사로서의 또 다른 일에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일상이 자신을 지치게 할 때 훌쩍 여행을 떠난다. 김씨는 “하루에 한 번 카페 가기, 한 달에 한 번 국내 여행, 1년에 한 번 해외 여행을 통해 주기적으로 창동을 벗어나면서 새로움을 채운다”고 했다.

    여행이 단순히 ‘머리를 식히는’ 차원의 여행만은 아니다. 해외로 떠날 땐 폐공장을 예술공간으로 바꾼 곳이나 공방, 갤러리를 꼭 들른다고 한다. 또 좋은 사람을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이게 다시 창작활동과 문화예술교육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일의 의미가 남달라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꿈꾸는 워라밸의 궁극 목표도 여기에 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단순히 제가 하는 일들과 저의 삶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 일과 삶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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