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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코드 인사’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9-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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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른 인재기용을 약속하지 않은 정권은 없다. 하지만 갈수록 초심은 퇴색하고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곤죽되기 다반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8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병완 전 홍보수석을 임명하자 ‘돌려막기’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 해명은 당당했다. “순환보직만큼 좋은 인사방식이 어디 있느냐.”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두 번의 민정수석에 이어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는 ‘보은·회전문·끼리끼리·돌려막기’ 등 인사 전횡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한 번 중용한 측근은 물러나도 다시 쓰고, 핵심 참모는 여러 자리를 돌려가며 기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인재를 고루 기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탕평인사를 선언했다. 하지만 쓴 사람을 또 쓰고 아는 사람만 쓴 게 전부였다. 오죽하면 ‘수첩 인사’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자유로운 건 아니다. 적폐로 규정한 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도 않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중대사로 내정됐다. 지난해 11월 9일 정책실장 직을 내려놓은 후 불과 3개월여 만이다.

    그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은 다수 국민의 반감을 불러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흠집을 냈다. 중국 전문성은 물론 외교 현안을 다룬 경험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단지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이라는 이유로 4강 대사에 중용된 건 아이러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을 주중대사로 내정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전문성과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보은·회전문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불과 4년 만에 처지가 바뀌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퇴임(1월 8일) 13일 만인 지난 1월 21일 각각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 특임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사퇴 공세에 시달린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사표 수리 23일 만에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측근 인사 재활용’이란 비판이 그냥 나온 건 아니다. 앞서 송인배 제1부속실장을 정무비서관으로 임명하고, 1부속실장 자리에 조한기 의전비서관을 앉혔다. 공석이 된 의전비서관직에 김종천 전 비서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인지, 오기의 발로인지 인사만큼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국무위원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보란 듯 속속 임명을 강행했다.

    위장전입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즐비하고, 세금 탈루와 다운계약서 작성 등 온갖 흠결이 불거졌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더 일을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지난 8일 내정한 7개 부처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도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란 얘기다. 내 편에게만 칼자루를 쥐여 주겠다는 코드인사는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예측이 가능하다. 만사(萬事)를 망사(亡事)로 만드는 정실인사는 종국엔 감당하기 어려운 폐해를 초래한다.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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