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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1인 미디어 시대의 명과 암- 오근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9-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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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미디어의 시대이다. 변호사 업계도 예전에는 의뢰인이 어떤 변호사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디어 덕분에 제한돼 있던 정보가 널리 퍼지고, 사람들이 그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나쁘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인기가 놀랄 만하다. 서두의 미디어의 시대에서 더 나아가 1인 미디어의 시대라고 불리니 말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유튜브를 보는 소비자이자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공급자가 되고 있다. 최근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유튜버’가 등장할 정도로 이 플랫폼의 파워가 어마어마하다. 언어 배우기, 화장하는 법 배우기처럼 교육적인 콘텐츠 말고도, 책 읽어주는 채널, 영화나 맛집 소개해주는 채널 등 그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꼭 학원에 가야만 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며, 나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됐다. 또 예전에는 심리적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느껴지던 의학 정보, 법적 지식 등과 관련해서도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본인의 건강이나 권리 구제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최근에는 개인의 일상의 모습을 촬영해 올리는 일도 많다. 사람이란 자신과 다른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뭔가 특별나지는 않아도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나와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삶을 궁금해하니 말이다.

    변호사 중에서도 유튜브에서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사람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그 유튜버를 마치 자신의 지인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회 현상은 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고, 장점 또한 많다. 그러나 다소 우려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미디어나 SNS가 발달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자기 성찰을 하거나 사안을 긴 안목으로 보는 능력 또는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인터넷 뉴스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글로만 작성됐던 신문이 최근에는 영상을 추가하여 발행되는 추세이다. 대중의 선호도에 따라 형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들이 더는 텍스트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텍스트 읽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글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려 하지 않으며, 직관적으로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상을 선호한다.

    게다가 유튜브의 영상은 구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위해 짧게 구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정보의 부족과 왜곡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매체의 가치나 장점을 결코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추세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맥락이나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점차 스마트폰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성찰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또한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당연해지면서부터,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불행을 느끼게 되는 점도 우려스럽다. 영상은 편집과 연출이 동반되고, 시선을 끌기 위해 특별하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택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를 혼동한다. 타인과 자신의 생활을 비교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우울증, 사회 부적응, 공격성 발현 등 각종 사회 문제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필자의 자녀에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미디어의 가치를 폄훼하도록 가르칠 생각은 없다. 다만 장점은 장점으로 받아들이되,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진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며, 함께 미디어를 즐겨 볼 생각이다.

    오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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