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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국회의원의 퇴화 - 진화도-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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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떠도는 국회의원의 퇴화와 진화 과정을 풍자한 그림이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 선거 전 국회의원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직립보행을 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네 발로 걷는 유인원에 가깝게 퇴화한다. 굽실대다 보니 허리 펼 일 없어 퇴화했다가, 당선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허리를 꼿꼿이 펴는 직립보행 인류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을 도시의 천덕꾸러기 비둘기에 비유한 이야기도 재밌다. 땅에 있을 때는 머리를 조아리고 먹이를 찾지만, 하늘로 올라가면 사람들에게 똥을 싸버리는 게 비둘기다. 선거철에는 머리를 조아리며 ‘뽑아만 주면 국민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고 해놓곤, 당선 후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행태가 비둘기와 닮았다.

    이제 유인원과 비둘기의 계절이 다가온 모양이다. 여상규 의원은 2016년 5월 교통사고 이후 2년 이상 지역구를 내팽개쳤던 것을 만회라도 하듯 지난해 말부터 사천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특히 최근 열흘 새 민간항공기 첫 정비 입고식과 KAI 우주센터 부지조성 착공식에 나타나 자신의 치적인 양 우쭐댔다.

    그러나 20대 총선이 한창이던 2016년 3월의 데자뷰 같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당시 여 의원은 SPP조선 회생의 일등공신으로 자부했다.

    더욱이 감사패 이벤트 땐 “SPP조선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공언도 했다. 하지만 SPP조선이 불과 1년 뒤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에게 깊은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불신의 원인은 또 있다. 3선만 시켜주면 법사위원장이 돼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줬다. 지난 연말 사천항공산업대교 예산 30억원을 확보했다고 발표해놓고, 한 달 뒤 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앞다퉈 여 의원 치적 알리기 현수막을 내걸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참담했다.

    반면 포크 배럴(Pork barrel, 지역구 선심성 사업 국가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행태)이 우리나라 국회의 고질병이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 말에 백분 동의한다.

    따라서 법사위원장인 여 의원은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 우선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1만 건이 넘는 법률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역대 최악의 상태이며, 앞으로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신분이다’라고 국회의원들이 인식하고 있다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것도 없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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