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77) - 접시, 들이, 언니, 켤레

  • 기사입력 : 2019-03-19 07: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28쪽, 2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8쪽 첫째 줄에 ‘접시’가 나옵니다. 다들 잘 알고 잘 쓰는 말이라 따로 말할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쓰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회’ 이야기를 하는 분들 가운데 회 한 ‘사라’라는 말을 쓰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횟집 이름으로 쓰는 곳도 있더군요. ‘접시’라는 우리 토박이말을 두고 굳이 ‘사라’라는 일본말을 섞어 쓸 까닭이 뚜렷이 없다면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8쪽 밑에서 둘째 줄에 ‘들이’가 있습니다. 앞서 본 적이 있는 말인데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어서 이야기를 해 봅니다. ‘들이’는 왜 ‘들이’가 되었을까요? 이렇게 묻는 아이한테 뭐라고 말해 주면 좋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들다’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안에 담기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들다’의 ‘들’에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뒷가지(접미사) ‘이’를 더해 만든 말이 ‘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짜임으로 되어 있는 말에 ‘길이’, ‘높이’, ‘넓이’들이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묻지 않더라도 어른들이 먼저 물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면 더 좋을 것입니다. 배곳(학교)에서 우리말을 두고 그 짜임이나 말밑을 생각해 보고 그와 비슷한 짜임으로 된 말을 찾아보게 하는 배움이 자주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29쪽 첫째 줄에 ‘언니’가 나옵니다. 말모이(사전)에도 그렇게 풀이를 해 놓았고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도 여자들 사이에 나이가 많은 손위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지만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그렇게 쓴 지가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두루 ‘언니’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졸업식 노래에 ‘언니’, ‘아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형제’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언니아우’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둘째 줄에 ‘켤레’가 있습니다. 이 말은 신, 버선과 같이 짝이 있는 둘을 묶어 세는 하나치(단위)로 알고 다들 잘 쓰고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셈갈(수학)에서 쓰이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구요. 저는 나날말(일상어)을 갈말(학술용어)로 쓴다면 그 뜻을 알아차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옛배움책에서 썼던 말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서 그런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배움책(교과서)에 쓰는 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을 더 미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서 얼른 그날을 앞당기면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