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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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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맞춤형 공공도서관의 구축- 이한기(마산대학교 물리치료과 교수)

  • 기사입력 : 2019-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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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읽고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보관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읽혀야 한다. ‘책의 중요성’을 가리는 바로미터는 두말할 나위 없이 도서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급 학교의 도서관들은 대개 공부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적어도 공공도서관만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책의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회가 제도적으로 마련한 장치는 도서관이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그간 목적과 기능이 많이 변천돼 왔지만 아직도 중추적인 역할은 시민과 책을 연결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그러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서재로서, 문화공간으로서의 제구실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로 기존 공공도서관의 내실을 기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도서관의 핵심은 열람석 등 시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장서이다. 책은 없고 이름만 있다면 공공도서관이라 할 수 없다. 우선 먼저 질 높은 책이 많아야 한다.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의 장서 수는 1억400여 권(2017년)이다. 이것은 국민 1인당 2.03권으로 일본 3.3권, 미국 2.64권(2015년) 등 국제 수준에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경남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장서 수는 697만여 권에 불과하며, 창원의 경우 장서 수는 236만여 권에 불과하다. 그나마 학생참고서나 간행물, 폐기처분이 불가피한 책 등을 빼고 나면 순수한 양서류(良書類)는 몇 권이나 될까.

    둘째 공공도서관의 수를 절대적으로 확충하는 일이다. 현재 전국에는 1042개 관, 경남에는 69개의 공공도서관밖에 없고, 그나마도 도시 지역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인구비례로 볼 때 독일은 1만5000여명마다 1개 관씩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는 5만1000여명에 1개 관씩일 뿐이다.

    셋째 공공도서관은 지역민들에게 소통의 공간, 평등이 실현되고 지역주민이 만나는 공동체적 공간이 돼야 한다. 책을 읽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의미뿐 아니라, 누구나 차별없이 찾아가서 책도 읽고 정보도 제공받고 책과 문화활동을 매개로 지역의 주민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의 의미도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넷째 수요자 요구 맞춤형 공공도서관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연대 공간 조성을 위해 강연회나 전시회와 함께 요리, 여행, 환경, 향토연구, 다문화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의 복합 문화·교육·복지공간으로 기능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공공도서관은 작은도서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장서와 도서회원 정보의 통합관리는 물론,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지식, 정보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역 독서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야만 사회변혁의 주체인 지역주민이 자주 찾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도서관은 책과 문화 활동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이 만나는 연대와 소통의 공간이다. 이러한 지역의 시민 독서생활화 운동과 지역의 문화거점으로서의 허브가 공공도서관이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공공도서관의 확대, 장서 수의 확충과 합리적인 운영의 뒷받침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국민을 독서생활로 유도하고 문화시민으로 만드는 효과적인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떠올린다면, 정부는 좀더 실질적인 방법으로 공공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에 따른 과감한 운영체계의 개선 및 예산상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한 기

    마산대학교

    물리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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