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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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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46) 제24화 마법의 돌 46

“커피 한잔 마시겠소?”

  • 기사입력 : 2019-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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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순영이 이재영을 따라 에스컬레이터에 탔으나 중심을 잡지 못했다. 류순영이 비틀대자 이재영이 재빨리 손을 잡았다. 류순영은 간신히 중심을 잡았으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놀라서 이재영의 허리에 매달렸다.

    “아이고 무서워라. 어떻게 계단이 올라가네.”

    류순영이 이재영의 허리에 매달려 얼굴을 붉혔다. 화신백화점에는 여성의류와 귀금속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점원들은 90도로 허리를 접어서 인사를 했다. 이재영은 백화점의 규모에 몇 번이나 탄복했다.

    이재영은 여성의류 코너에서 류순영의 옷을 사고 아동의류에서 아이들의 옷을 샀다. 3층에서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처음으로 백화점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백화점을 돌아보는데 자그마치 두 시간이나 걸렸다.

    ‘백화점은 하루 매출이 엄청나게 많겠구나.’

    이재영은 백화점의 매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대구의 잡화전에서 올리는 매출은 비교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류순영은 처음에는 번화한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으나 물건을 구경하는 일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반지며 목걸이 같은 귀금속을 구경하면서 점포를 떠나지 않았다.

    ‘백화점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곳이야.’

    이재영은 류순영을 통해서 백화점의 고객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 물 좀 마시게 해줘요.”

    백화점을 둘러보고 나오자 류순영의 얼굴이 붉어져 말했다. 화려한 백화점의 모습에 놀란 것 같았다.

    “커피 한잔 마시겠소?”

    “그거 쓰지 않아요?”

    “경성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소.”

    “나는 사이다나 한 모금 마시면 되는데….”

    “여기 들어갑시다.”

    이재영은 류순영을 데리고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제과점이 크네요.”

    대구에도 제과점이 있었으나 작았다. 이재영은 빵과 사이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했다. 류순영은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시다가 트림을 했다. 이재영이 커피를 마시다가 웃었다.

    “백화점을 보니까 어떻소?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지 않소?”

    “나는 어지럽기만 해서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런가?”

    “혹시 대구에 백화점을 차릴 생각이에요?”

    “그렇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난 싫어요. 어지러워서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안 살래요.”

    “그런가?”

    이재영은 류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류순영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대구 같은 지방도시에서 백화점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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