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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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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56) 제24화 마법의 돌 56

“자유연애를 하고 싶소?”

  • 기사입력 : 2019-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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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

    일엽스님은 아들이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아 수도자의 비정함을 느끼게 된다.

    신여성들은 대부분 불행했다. 봉건시대에서 서양문화 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치고 문학과 사상이 지식인들의 정신세계를 휩쓸었다.



    으셔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 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

    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그대와 나의 혼마저

    느닷없이 빼앗아 가고야 말 그 세월이 아니오리까

    …………………

    그대는 웃어주소서

    나도 또한 웃어봅니다.



    김일엽의 시 <그대는 웃어주소서>의 일부다. 신여성들의 삶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당신도 신여성이 되고 싶소?”

    이재영이 류순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

    “신여성이 되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유연애를 하고 싶소?”

    “그런 소리 말아요.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류순영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류순영이 신여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틈틈이 문학잡지를 사서 읽었다. 경성에서 나온 잡지뿐이 아니라 도쿄에서 나온 잡지도 사서 읽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이재영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일본에는 왜 이래 군인이 많아요?”

    여행을 하는 동안 무장한 군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은 어디론가 무리를 지어 행군해 갔고 살벌해 보였다.

    “나도 모르겠소. 군인이 많으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일본의 신문은 대동아공영을 주장하고 중국정벌론이 일어났다. 중국과의 전쟁을 위해 군인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만화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내용으로 도배되었다.

    일본에 알 수 없는 광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재영은 도쿄를 떠나기 전에 고급 레스토랑에 들렀다. 류순영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석조전 건물에 있는 식당이었다.

    “여기가 제국호텔이에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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