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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불법촬영 영상물, 남성들이 성찰해야 할 것은…-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19-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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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부터 여성카페 등 SNS를 통해 클럽에서 여성들이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일어나니까 조심해라는 이야기가 여성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2016년 6월, 16년간 100만명의 유저를 거느리고 사이버성폭력이 자행됐던 ‘소라넷’이 폐쇄됐다. 소라넷의 불법영상물을 신고하고 폐쇄를 원했지만 경찰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서버가 해외라서, 어쩔 수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익명의 여성 몇 명의 끈질긴 서버 추적과 여성의원의 노력으로 폐쇄됐으나 처벌은 운영자 중 일부만 받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제2, 제3의 소라넷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으며, 웹하드 불법영상물, 남초 카페의 불법영상물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여성의 몸을 찍고 유포하고 시청하는 불법촬영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불법영상물 범죄 수사는 미온적이고 무혐의로 처리되고,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둘째, 이러한 불법영상물은 돈을 주고도 다운받고 시청함으로써 엄청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다. 셋째, 남자들은 몰래 찍고 유포하고 퍼 날라도 죄를 추궁받지 않고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린 여성들의 절규와 외침이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개개인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6차례 개최됐고, 20여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참여한 여성들은 ‘불법촬영 생산소비, 지체 말고 처벌하라’, ‘솜방망이 법원처벌 규탄한다’ 등을 소리 높여 외쳤다.

    불법촬영 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끔찍한 피해를 준다. 수백만 명이 불법촬영물을 보았으며, 삭제를 해도 해도 끝없이 떠돌아다니는 불법영상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죽어서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였다. 피해 여성이 고통받다가 자살하면 그 영상이 ‘유작(遺作)’으로 불리며 여전히 유통된다. 하지만 가해 남성들은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이다. 실제로 젊은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일들이 무섭고 남자를 사귀기 힘들어서 차라리 “비혼으로 살겠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 사이에는 ‘몰카’를 하나의 놀이이자 재미, 성적 욕망, 흔히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놀이 때문에 피해여성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피해자의 ‘현실을 공유’하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버닝썬 사건’이 터지고, 남자연예인이 수년간 불법영상물을 수시로 촬영하고 또 여러 명이 그 영상물을 공유하고 놀이와 재미를 찾기 위해, 또 다른 불법영상물을 요구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이렇게 불법촬영된 영상물을 공유하면서 남성들 간에 연대나 우정을 과시했던 것 같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불법촬영은 범죄이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유포하는 것도 범죄이다. 불법영상물을 시청하고 공유하는 것은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피해자를 추측하여 기사를 쓰고, 이를 통해 실시간 조회 순위가 높아지게 하는 행위들이 모두 2차 가해가 된다. 지금 여성들은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경고장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동영상 유포는 2차 가해입니다.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 또한 지금 언론에 재수사 문제로 오르내리는 김학의 사건, 장자연 자살사건 등은 버닝썬 사건과 맥락이 같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강간문화를 지속시키고 있는 남성 카르텔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많은 남성들이 지금까지 일상의 ‘놀이처럼’ 여겨 왔던 피해자의 동의 없는 영상물의 촬영, 유포, 시청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때의 재미와 놀이가 피해자인 여성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따르는 생존의 문제임을 남성들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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