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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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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반민특위-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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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5광복 3년 뒤인 1948년 실시된 총선거로 제헌국회가 탄생했다. 제헌국회는 친일파 청산을 부르짖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며 그해 9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공포했고, 한 달 뒤 국회 특별기구로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는 친일 경찰들의 암살 위협을 받으면서도 이듬해 1월부터 최린, 노덕술, 이광수 등을 체포하는 등 친일파 청산을 본격화했다. 특위는 그러나 친일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에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친일세력은 반민특위 해체를 주장했고, 경찰은 특위 해산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특위 본부를 습격한다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특위의 경비 요청을 묵살했다. 서울시경 사법경찰들은 반민특위 소속 특경대 해산을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를 냈고, 일단의 경찰력은 총기를 갖고 특위 본부를 침탈하기까지 했다. 친일 세력의 특위 와해공작은 이승만 정권의 비호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위는 결국 그해 8월 해체되면서 친일 청산은 미완이 됐다.

    ▼이런 반민특위였는데, 한 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고 하여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이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다음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민특위 활동이 제대로 됐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을 바꾸더니, 23일에는 페이스북에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고 했다. ‘2019 반문(재인)특위’를 어떻게 ‘해방 후 반민특위’로 잘못 말했다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고, 단죄하는 것은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그 잘못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들을 감옥에 넣고, 그들의 목숨을 앗고, 어린 학생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친일 반민족행위라면, 그 처벌은 더욱 엄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미래로 나아가자, 분열과 혼란을 막자는 상투적인 수사를 동원하며 과거의 죄악을 덮으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친일 행위에 다름없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또 반복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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