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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쓰레기, 내 입으로 돌아온다-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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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보니 무슨 표어 같아서 헛웃음이 나온다. 굳이 표어의 운율이 필요하여 글자수를 맞춰서 붙인 제목도 아닌데도 표어 냄새가 나니 살짝 소름이 돋으려 한다. 혹시 다른 이들이 이런 표어를 만들지는 않았을까. 궁금증이 발동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본다. 역시 있다. 그것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무슨 표어 공모전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버린 쓰레기가 결국 내 입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죽은 고래나 거북의 배 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다.

    ‘자연사박물관’으로 불리는 갈라파고스 군도의 동물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서쪽 태평양에 자리한 이 섬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밀려오고 있고, 이로 인해 희귀동물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에콰도르 당국은 갈라파고스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90%가량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에서 밀려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북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이른바 ‘쓰레기 섬’, 이곳에서는 한글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플라스틱 통도 발견됐다. 하긴 세계 각지에서 흘러온, 8만t에 이르는 이곳의 쓰레기 중에 세계 경제대국 11위인 한국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갈라파코스의 비닐봉지든, ‘쓰레기 섬’의 플라스틱 통이든, 지난해 누군가 벚꽃놀이를 하며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빗물에 쓸려 도시의 하수구로 흘러간 뒤 강물을 타고 태평양 해류에 실려 그 멀리까지 흘러간 쓰레기일 수 있다. 이번 벚꽃시즌 진해 경화역이나 여좌천의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에 버려져 있던 플라스틱 커피잔도 이런 과정을 따를 수 있다.

    어디 벚꽃나무 아래에서만 일어나는 일인가.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어느 산 너럭바위에 앉아 발아래를 잠시 내려다봐라. 포도즙, 배즙, 양파즙, 종류도 다양한 빈 비닐팩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얼굴을 닦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물티슈에, 김밥을 먹는 데 사용했을 듯한 나무젓가락도 흩어져 있다. 산에 비가 내리면 빗물을 타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갈 쓰레기들이다.

    꽃놀이 다녀오는 길, 길은 막히고 조급한 마음에 목은 탈 것이다. 휴게소에서 산 시원한 음료를 마신다. 내 차만 깨끗하면 된다는 이기심이 발동한 탓인지, 차창을 열고 빈 플라스틱 병을 도로변에 냅다 던진다.

    산이나 들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쓰레기는 넘쳐난다.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번화가의 어느 버스정류장에 가 봐라. 정류장 벤치 아래나 옆에는 어김없이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는 플라스틱 커피잔이 놓여 있다.

    여기저기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결국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알갱이로 분해된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닷물에서는 물론이고 소금이나 어류, 해양 포유류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결국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의 입으로 돌아온다.

    어느 날인가, 점심을 먹기 위해 창원 시내 대형 상가에 갔다가 그 너른 옥상 주차장 한가운데에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듯한 3개의 플라스틱 음료수 잔과 병을 발견하고는 이 글을 쓴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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