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삶의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04-09 07:00:00
  •   
  • 메인이미지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낮은 출산율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합계출산율은 2.1명이 돼야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로는 당연히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사회, 경제적 상황의 어려움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이라고도 본다. 실제로 결혼율 감소와 출산율 감소는 같은 그래프를 그린다. 성과지향적인 사회분위기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결혼할 수 없는 상태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그래서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경제적 상황 때문이라고 답을 한다.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은 비단 결혼만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이성 관계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를 맺는 것마저도 포기한다.

    또한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 “이런 환경 속에 자녀를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런 환경은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임신 단계에서부터 여성들은 경력단절을 걱정해야 한다. 출산부터 고비용의 산후조리원, 불안하기만 한 위탁시설, 높은 사교육비, 학교폭력, 청년실업 등 매 성장의 순간마다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자녀를 생산하거나 양육하기 어려운 나라, 살기 힘든 나라, 미래가 없는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세계 10위 안이며, 승리게이트가 있었지만 K-POP의 세계시장 장약력은 엄청나다. IMF의 위기를 극복했을 때, 태안의 기름 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이겨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쩌면 우리는 타 국민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 혹은 잘못된 기준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젊은 청년봉사자와 방문했던 어르신 댁은 한센병을 앓았던 부부세대였다.

    청년 봉사자들과 방문을 하면 어르신은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꼭 결혼해요. 그리고 자식을 낳아봐야 돼요. 자식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죽을 만큼 힘들어 보고, 내 속이 썩어봐야 해. 그래야 사람이 되지. 가난해도 돼요. 둘이 힘내서 이겨내면 돼, 살다 보면 가난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편, 내 마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게 중요해. 꼭 결혼해야 해.”

    이 이야기를 한 분들은 재산이 많은 것도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가까이하기 꺼려하는 질병을 앓았고 아직까지 그 흔적 때문에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같은 질병을 앓았던 분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적인 치유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들었다.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나에게 자살 위기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자살 위기자를 정서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이다. 결코 자살위기자의 재산 정도나 도와줄 사람의 경제적 능력이 아니다. 이 위기자를 붙들어 줄 사람의 존재 여부이다.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희망이 필요할 때 자신만을 바라보면 더욱 곤경에 빠져 희망을 잃거나, 절망한다. 함께 그리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 희망을 찾고 곤경을 이겨낸다. 그랬기에 우리에게 여러 기적의 순간이 있었다.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대답을 얻는다. “이런 세상에 자녀를 낳고 싶지 않아요”, “이런 세상이니 자녀를 낳아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키워내야지요” 우리는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 어떤 태도로 희망을 찾을지 어디에서 찾을지가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만이 희망이다.

    하선주 (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