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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민심 계산법-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9-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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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승지가 고(告)했다. “전하, 얼마 전 경상도 창원도호부에서 백성을 대표해 한양에서 일할 새 인물을 뽑았사옵니다. 한때 거제부사를 지낸 자는 중도에 탈락했으나 뜻을 같이하는 자가 선택됐습니다. 먹고사는 게 어렵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전하 즉위 때보다 칭송하는 이들은 더 늘었다 하옵니다.”

    4·3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를 조선 시대 버전으로 옮기면 이 정도 될 듯하다. 도승지 격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에서 유추한 상황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단일 후보가 간신히 당선됐다는 지적에 “창원 성산구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41%를 얻은 곳인데, 이번에 45%를 얻어 사실은 지지도가 4%p 높아졌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당시 문 대통령 41.74%, 한국당 홍준표 후보 27.54%, 정의당 심상정 후보 7.09%를 각각 얻었다. 이번 보선에선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대했으니 문 대통령과 심 후보 득표율을 합친 48.83%는 넘어야 지지도가 높아진 것 아닌가.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4만2663표(45.75%),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4만2159표(45.21%)를 득표했다. 노 실장 논리를 적용하면 한국당은 어떤가. 대선 때 27.54%에 불과했는데 보선에서는 45.21%를 득표, 무려 17.67%p 늘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적잖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듣기 좋은 말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 나라가 위태롭다.

    이번 보선 결과는 외형상 ‘1대1 무승부’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여권에 대한 극명한 민심 이반의 방증이다. 국회의원 2곳(창원성산, 통영·고성)과 기초의원 3곳(전북 전주시 라선거구, 경북 문경시 나·라선거구) 등 5곳에 민주당 당선자는 없다. 창원에선 예선도 통과 못했다. 여권 텃밭인 전북 전주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평화당 후보에게 패한 사실은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래 우리 지역구가 아니다”며 거리를 뒀다가 선거 후에는 ‘무승부’에 초점을 맞췄다. 창원성산의 경우 후보 단일화했으니 ‘절반의 승리’라는 셈법이다. 정작 ‘동업자’ 여영국은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노회찬 정신 부활’을 선언했다. 의원 신분 첫 행보로 4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노회찬 전 의원 묘소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그는 정의당 소속 의원이지 민주당이 아니다. 손 한 번 잡았다고 결혼에 골인하는 건 아니지 않나.

    민주당은 선거전 내내 통영과 고성에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정 1년 연장,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 등 ‘예산 폭탄’을 약속했다. 하지만 민심은 냉랭했다. 민주당 양문석(35.99%) 후보는 한국당 정점식(59.47%) 후보에게 무려 23.4%p 차이로 졌다. 민주당은 그러나 “19대 총선의 2배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게 성과”라고 자평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일갈은 곱씹을 만하다. 보선에서 민주당이 단 1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 “문재인 저수지에 쥐구멍이 뚫렸다”고 일침을 놨다. 집권여당의 몸 낮춤도 주문했다. “골프와 선거는 고개 쳐들면 진다.” 그 역시 한때 ‘도승지’로서 잘나가던 정권 실세였다.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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