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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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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역사는 해석이다-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 기사입력 : 2019-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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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일이다. 특히 금년 3·1운동 100년 해를 맞아 전국적으로 민족독립의 특별한 의미를 기렸다. 이 시기에 새롭게 발굴된 독립운동의 기사들을 여러 지면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요즈음 역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사회적으로 매우 크다. 지자체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역사·문화와 관련된 관광자원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한다. 마치 우리사회에 역사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느껴진다.

    역사가 소중한 것은 현재 우리에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분명히 관광자원을 위한 중요한 테마이다. 많은 국가들은 오랜 역사 유적지를 세계적 관광 명소로 개발해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 필자가 사는 진해의 구 도심지역 전체는 100여 년 전 일본이 건설한 군항도시로서 근대 유산의 보고이다. 역사 관광지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역사는 주어진 삶의 공간과 시간적 흐름의 구조(과거, 현재, 미래) 속에서 우리들이 직접 겪고 체험한 이야기들이다. 역사는 주로 기록물과 기억 속 이야기들로서 현재의 우리에게 살아 있다. 기록물들은 당대의 사람들에 의해 그 시대의 정신이나 사고의 관점에서 기록됐고, 기록물(텍스트)들은 현재에는 지금의 관점에서 해석된다. 따라서 역사는 인간이 살았던 시대적 이해와 판단에 따라 기록되거나 해석됨으로써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은 항상 있다.

    인간의 역사이해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여러 사람들에 의한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해석들 간의 만남과 대화, 주관들 간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보다 넓은 보편적 이해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인간의 지각적 한계는 해석의 한계를 낳지만, 다른 해석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그 한계성을 넘는 기회가 된다. 해석자에게 겸손함이 필수다. 역사의 해석은 끝없는 미완성의 작업이고 과정만 있다. 해석학자 가다머는 이것을 역사적 전승들 간의 지평융합으로서 설명한다.

    역사는 해석의 역사이다. 해석에는 가치와 의미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서 미래가 개입된다. 역사의 해석에는 과거·현재·미래가 공시적(共時的) 연관성을 갖고, 그 안에서 우리의 존재성이 드러난다. 개인이든 국가이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역사의 연속성 속에 존재하며 현재의 해석을 통해 미래로 나간다. 해석은 우리를 창조하고, 나를 만든다. 따라서 역사의 이해는 나의 이해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향해 결단한다. 역사철학자 딜타이가 인간을 ‘역사적 존재자’라고 규정한 이유이다.

    북유럽의 국가, 핀란드를 안다. 핀란드는 당대 세계적 지배세력인 바이킹의 스웨덴 왕국에 1634년 경 합병되어 1721년까지 통치를 받았다. 그 이후 다시 러시아가 1917년까지 지배한 후 잠시 독립 했다가 1939년 또다시 소련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1944년까지 2차례의 소위 ‘계속전쟁’을 치른 후 결국 화해 배상금을 지불하고 정전협정을 맺었다. 종전 후 배상금으로 막대한 경제적 고난을 겪으면서, 특히 이웃 유럽 국가들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 당시 공산위성국가의 팽창을 위해 무력침공을 일삼는 소련을 접경으로 냉전시대의 전후 극복을 통해 오늘날 북유럽의 대표적 선진 국가로 성장했다. 핀란드는 거의 300여 년간 주변의 강대국으로부터 침략과 압제와 식민 통치의 고통을 견뎌 냈다. 그들은 고난의 역사를 이겼고 자신의 존재를 지켰다. 필자는 핀란드 민족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연주를 좋아한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는 대륙의 남진세력과 해양의 북진세력이 충돌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공간에서 수많은 고난의 역사를 견뎌 왔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에게는 자랑과 치욕의 역사가 혼재된다. 고난과 아픔과 눈물이 더 많고 더 크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를 소멸치 못한다. 이 땅의 역사를 사랑한다. 우리는 우리를 만들 수 있다. 역사는 미래이고 해석이다.

    이경민 (진해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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