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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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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출직에서 월급쟁이가 되어 보니- 장동화(전 도의원)

  • 기사입력 : 2019-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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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창원시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기까지 16년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일대를 기웃거렸습니다. 정치 입문 시기까지 더하면 더 될 수도 있습니다.

    ‘기웃거린다’는 표현이 현직에 몸담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의정활동을 하고 계신 정치인에겐 조금 미안하고 죄송한 느낌이 듭니다만, 지금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이젠 회사 명함을 들고 영업을 하는 등 시민으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툰 노동자입니다.

    정치 입문 이전에 조그만 동물병원을 했지만 그것은 지금에 견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해 낙선은 충격이었고, 아직도 동네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시의원인지 도의원인지, 아니면 월급 받아서 먹고사는 노동자인지 헷갈립니다.

    그래도 저는 월급을 받는 사람입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에서 “서운하다”는 말부터 “달라졌다”는 둥 갖은 이야기가 들리지만 지금 저는 너무 바쁘고 행복(?)합니다.

    16년간 시의회나 도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통해 시민과 도민을 만났다면 지금은 ‘백의종군’으로 그분들을 만나 듣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직은 배지가 없는 것이 서툴러서 지역의 사람이나 노동 중 만나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말, 감정 섞인 발언이 마음 한편에선 저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그쯤은 이기고 견딜 만한 튼튼한 심장을 키우고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되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들지만 우선은 반성부터 하고 싶습니다.

    선거 때나 평상시 동네에서 “형님, 이모” 했던 말이 혹 진심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근함을 위한 말이었다 하더라도 혹 불편스럽게 여겼다면 사과드립니다. 또 지나친 악수나 과한 언행이 있었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의원이라는 신분이 제 스스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가 만든 기준이나 시스템 때문에 제 마음을 충분하게 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합니다. 노동자로서. 아니 지금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 몸과 마음을 더 열어서 만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같은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흔들리면 가차없이 비판해 주십시오.

    저도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형편이라 과거처럼 곳곳에 나타나거나 다니지도 못합니다. 북면이나 의창동 등 생활 근거지를 빼곤 그렇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기준으로 월급쟁이 하려고 합니다.

    저를 지켜보거나 가까이 계신 분 중에 간혹 ‘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나’ 하고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럴 땐 바로 그 자리에서 가르쳐 주십시오. ‘선출직에서 노동자로 사는 것에 서툴러 그렇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 못지않게 따끔한 충고도 제겐 큰 약이기 때문입니다.

    장동화 (전 도의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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