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교단 칼럼] “행복나눔학교로 가니 좋아요?”

  • 기사입력 : 2019-04-12 07:00:00
  •   

  • 2018년 학교로 돌아와 적응하느라 허덕거린 저는, 행복학교를 뛰어넘어 행복나눔학교 교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행운의 여신이 어깨 위에 살짝 손을 얹은 건지 모두의 걱정을 뒤로하고 꽃나루 화제초로 안착했습니다.

    뭐가 좋으냐고요?

    메인이미지

    1988년 첫 발령 학교로 다시 들어 간 것, 나지막하게 앉은 6학급 학교, 전교생 이름을 다 알 수 있는 곳, 할미꽃, 수선화가 제일 먼저 반겨주는 곳, 무엇보다 업무포털로 매일 보고공문이 왔는지, 업무계획을 어떻게 세워 결재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을 지나 매화가 핀 길을 따라 봄마중을 할 수 있으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아이들이 마구 내달려도 됩니다. 아이들과 쑥을 캐서 쑥떡쑥떡 해 먹고, 학교안 벚꽃망울을 따서 어설프지만 벚꽃잎차 만들기에 도전하고, 진달래 따서 화전도 해 먹고, 까맣게 모여 있는 올챙이를 일주일에 두 번씩 관찰하러 나가고, 그리고 교실에서는 이런 체험을 시로 표현하고 말로 주고받으며 꾸밈없이 생각을 나누고…. 오롯이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다보니 한 일 년은 함께 지낸 것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이렇게 3월 한 달을 즐겁게 ‘놀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음 편히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교직 생애 처음이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첫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 마음으로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행복한 3월.

    새로 온 저에게 낯설음도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이 아이들이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토록 당당하게 만든 것일까?

    글을 쓰다가 큰 소리로 “햇볕 할 때 벼 밑에 받침이 뭐예요?”

    4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당당하게 물어 봅니다. 선생님들은 학교교육과정을 거의 두 달 가까이 문구 하나하나 살피며 ‘모두의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갑니다. 교문 안과 밖이라는 경계 없이 배움이 넘나들며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이 자발성을 이끌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를 경험합니다. 이를 경험한 교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배움을 존중하고 아이들은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마음으로, 행동으로 실천하기에 아직 초보인지라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행복학교의 시작과 진행과정을 지켜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만 여전히 마음속으로 ‘해도 될까?, 이래도 되나?’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며 경계를 세웁니다. 그래도 교육과정이 어디까지 넘나들 수 있는지 그 한계를 가늠해 보는 곳이 행복학교이고 행복나눔학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메인이미지
    유승희 (양산 화제초 교사)

    “행복나눔학교 가니 좋아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예, 좋아요.”

    유승희 (양산 화제초 교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