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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속 입법 신중해야

  • 기사입력 : 2019-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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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헌재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제 정부와 입법부는 후속 입법에 나서야 한다. 내년 말까지 낙태를 규정한 형법과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해도 낙태를 전면 허용하라는 것은 아니어서 법 개정은 신속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 낙태죄 유지 주장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했다. 태아는 분명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임신부의 삶에 방해된다고 임의로 제거해버리는 것은 생명권의 무시였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더 우선하는 것으로 봤으나 그렇다고 낙태죄 유지론의 생명권 주장도 틀렸다고 하지는 않았다. 후속 입법에 신중하자는 얘기다. 덧붙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초기’를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임신 22주 내외’라고 언급했으나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은 임신 12주 이내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후속 입법과정에서는 낙태 반대론자들의 얘기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 낙태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종교계 등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 낙태 만연이나 생명경시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기 위해서이다. 낙태허용 기간과 상관없이 낙태를 원하는 임신부가 실제 낙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낙태 결정 숙고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임신부가 낙태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낙태는 허용하나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아님을 인식, 신중한 후속 입법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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