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40대가 흉기를 휘둘러 주민 18명이 숨지거나 다친 가운데 경남도내에서는 매년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200여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4시 29분께 진주시 가좌동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A씨(42)는 정신질환을 앓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체포된 A씨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기에 대해서는 다소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와 이웃집 앞 등에 인분을 뿌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나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경남도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5시 7분께 밀양시내에서 B(39)씨가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편의점 앞 인도로 돌진해 C(55)씨 등 2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인근의 건널목을 건너던 D(62)씨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됐다. B씨는 당시 편의점을 향해 3차례에 걸쳐 돌진하기도 했다. B씨는 조현병 증상으로 지난 2006년부터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사건 당시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0분께는 부산의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E(21)씨가 다른 손님을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검거됐다. E씨는 1명을 다치게 한 뒤에도 흉기를 든 채 테이블 등을 발로 차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E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비웃는 데 불만을 가졌다”며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사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2015년 3월 17일 진주시 강남동 모 인력공사 사무실 앞에서는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려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 사건 역시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묻지마 범죄로 결론났다.
경남경찰청의 ‘2013~2016년 5대 범죄 유형별 범행 시 정신상태 현황’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건수는 △2013년 189건 △2014년 189건 △2015년 201건 △2016년 1~5월 99건 등으로 집계되면서 한 해 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국가적 보호 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본인 스스로의 치료의사가 없고 보호자가 관리를 못해주는 그 순간에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더라도 본인이나 보호자가 개인정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를 못해주게 돼 있어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 후 퇴원을 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변화에 따라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세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우발적 사고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유형 가운데는 주변에 가족이 없고, 직장 등 사회적 교류가 없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며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지역사회와 병원의 네트워크를 갖춰 관리하고, 호전되어서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상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