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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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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묻지마 범죄’ 개인 운에 맡길 순 없다

  • 기사입력 : 2019-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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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새벽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은 소름이 끼친다. 이곳에 사는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어린 여학생을 포함해 5명이 어이없게 죽임을 당하고 13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조현병을 앓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금체불 때문이라는 둥 횡설수설하고 있어 정확한 범죄 이유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의 한 유형이다. 언제·어디서·누구에 의해 범죄 표적이 될지 모르는 ‘묻지마 범죄’가 우리 사회의 병폐로 고질화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도내에서 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한 것이 안타깝다.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것은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 없어 단순한 공포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나 어린이처럼 자기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 심각성을 더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묻지마 범죄’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범죄 가해자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5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빈부격차 등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과 지나친 경쟁에서 야기된 사회적 고립 때문으로 보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범죄도 분노를 세상과 사회문제 탓으로 돌려 극단적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묻지마 범죄’는 치안력을 강화한다 해도 사전에 방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법무부가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등 정신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조현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해서 백안시하는 것도 문제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세심한 관리가 우선 요구된다. ‘묻지마 범죄’가 이제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의 처방은 한결같다. 범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하지 않으면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운에 맡길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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