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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차상호(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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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녀석이 가장 싫어하는 숙제는 일기와 독서록이다. 몇 번이고 짜증을 내고는 결국 완성을 하지만 숙제를 마친 후에도 싫어 싫어를 외친다. 그런데 아들이 힘들어하는 건 정확히 말하자면 ‘글쓰기’다. 15년 넘게 신문기자를 하고 있는 아빠도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기자라고 해도 가장 어려운 게 바로 글쓰기니까 말이다. 리드(lead)라고 하는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기자의 고충이랄까.

    ▼속된 말로 수포자(수학 포기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학이 어려워 문과로 갔는데 정작 대학 전공이 상경 계열이다 보니 기초필수 과목부터 ‘경제수학’이라니. 미분과 적분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라 해법수학을 다시 펼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통계학은 왜 그리도 어려운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다름 아닌 ‘국어’였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국어 한 과목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국어가 국어와 문학 그리고 작문으로 세 과목으로 나뉘었다. 우리말, 우리글인데 가장 어려운 과목이 국어라니. 그때 처음 고문(古文)을 배웠던 것 같다.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인 올해 유명 인사들이 돌아가며 독립선언문 필사하기를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처음 배운 기억이 난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유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하는.

    ▼그런데 고문보다 더 어려웠던 건 사실 작문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인데 어렵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일 터. 돌이켜보면 작문을 가르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신문사 입사시험을 치를 때도 가장 어려운 과목은 국어였다. 한글맞춤법은 지금도 헷갈린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쓰는 논술은 더더욱 어려웠다. 가끔 보도자료 작성 담당자가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방법을 묻곤 한다. 그런데 딱히 방법이 없다. 아들도 묻는다. 아빠는 어떻게 매일 그렇게 쓰느냐고. 아들이 겪는 어려움은 아빠라고 다르지 않다. 많이 쓰고 계속 써보는 수밖에.

    차상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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