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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68) 제24화 마법의 돌 68

“샌다이에서 무엇을 했는가?”

  • 기사입력 : 2019-04-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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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와라는 일본인 티를 냈다.

    “우리는 장사꾼이오. 장사꾼이 어떻게 황군에 유리한 사업을 하겠소?”

    김일경의 말에 후지와라가 입을 다물었다. 후지와라는 속이 깊은 일본인이 아니다. 그에게 조금만 잘 대해주면 조선인이라도 좋아한다.

    일본인들 중에는 조선인이 마치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싫어하는 자들도 있다.

    조선인들도 일본인을 싫어한다.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경멸하기 때문에 그들과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술과 안주가 나왔다. 게이샤들이 분냄새를 풍기면서 술을 따랐다. 이재영은 그들과 건배를 하고 술을 마셨다.

    “이상, 그쪽 가게에서 우리 미분(美粉)도 좀 파는 것이 어떻소?”

    미분은 여자들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이다. 박승직 상점에서 만든 박가분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자 일본에서 미분을 수백 상자 수입했으나 팔리지 않고 있었다. 이재영은 박승직 상점에서 박가분을 사다가 팔았다.

    “미분이 괜찮습니까?”

    여자들이 바르는 분도 질이 좋아야 한다.

    “예.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좀 보내주십시오. 여자들에게 우선 써보라고 하겠습니다.”

    여자들이 얼굴에 바르는 분에는 납 성분이 들어가면서 얼굴이 썩는 일도 있었다. 일반인들보다 매일같이 화장을 하는 기생들 중에 얼굴이 썩어 고생을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요정의 다른 방에도 손님들이 와 있는 것 같았다. 남자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샤미센 가락에 섞여 애잔한 일본 민요가 들렸다.



    사쿠라 사쿠라

    3월의 하늘은 끝이 없어 보이는구나

    사쿠라 사쿠라

    봄안개인가 구름인가 그윽한 향기로구나

    게이샤가 부르는 노래다. 이재영은 노랫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가 술을 마셨다. 아키코가 옆에서 배시시 웃었다. 안주를 집어서 이재영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키코, 아키코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재영이 넌지시 물었다.

    “하이. 샌다이에서 왔습니다.”

    아키코가 술잔을 비웠다. 이재영은 샌다이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아키코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런가? 샌다이에서 무엇을 했는가?”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는데… 술을 너무 좋아해 저와 동생을 기루에 팔고… 지금은 죽었습니다.”

    일본의 기녀들은 팔려온 여자들이 많다. 아키코도 팔려다니는 여자 같았다.

    아키코의 인생도 쓸쓸해 보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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