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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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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개인회생·파산제도

빚 때문에 주저앉지 마
다시 빛날 기회는 있어
불황에… 도내 개인파산 꾸준히 늘어

  • 기사입력 : 2019-04-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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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에서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하던 A(44)씨는 2년 전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A씨에게는 아파트 대출금과 자녀 2명이 있었고 지출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곧 재취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제3금융권의 소액 대출로 생활비를 융통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재취업은 되지 않았다. A씨는 채권 추심에 시달리자 카드론 등으로 빚을 돌려막다가 6개월 만에 더이상 상환 방법이 없는 막다른 길에 놓였다.

    이렇게 도박·사치 등 무분별한 소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지역 경기불황으로 인해 개인 파산 지경에 놓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런 경제 취약계층은 대체로 소액 다중 채무가 겹치면서 만들어진다. 또 이들 중 다수는 개인파산·회생 등의 제도를 알지 못한채 수년째 일을 하며 빚을 갚아도 빚은 늘어만 가는 ‘빚 굴레’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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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도내 개인 파산사건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창원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사건 건수는 546건으로 전년 동기(406건) 대비 34.5% 증가했고 2013년 2003건에서 2018년 2947건으로 5년간 47.1% 늘었다. 또 개인회생도 사건 건수도 지난 2월까지 852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696) 대비 22.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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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개인 파산과 회생에 대한 사건이 많아지면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브로커도 성행해 수임료를 받고 제대로 된 면책이 이뤄지지 않아 채무자를 두 번 울리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채무자의 효과적인 경제적 재기를 통한 경제 선순환을 위해 파산과 개인회생 제도를 알아본다.


    ◆개인회생·파산 차이점= 개인회생은 월 수입에서 최저 생계비(기준중위소득의 60%)를 제외하고 변제 가능한 금액을 3년(지난해 6월 13일 이전 인가받은 경우 5년)간 채권자들에게 지급하고 이후 남은 채무는 탕감해 주는 제도이다.

    개인회생 조건으로는 △채무자가 고정적·안정적 소득이 있어야 할 것 △무담보 채무 5억원, 담보 채무는 10억원 이하일 것 △변제금이 보유 재산보다 많아야 할 것 등이 있다. 더불어 개인회생은 파산과 달리 △재산을 보유할 수 있고 △채권자 동의 없이 채무가 탕감되고 △낭비·도박 채무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회생 최소 변제금은 5000만원 이상 채무일 경우 3% 이상, 5000만원 미만은 5%로 최대 95~97%의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

    개인파산도 빚을 탕감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개인회생과 같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파산은 채무자의 보유 재산을 돈으로 환산해 채권자에 배당한 후 채무를 면책해 주는 것으로, 재산을 지킬 수 없지만 장래소득으로 채무를 변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법원의 파산 선고가 있더라도 도박·과소비·사기대출·7년 이내 파산면책·5년 이내 개인회생 등 면책불허사유가 있다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면책을 받을 수 없다.

    ◆파산·개인회생하면 어떤 불이익?= 파산·개인회생 시 통장거래는 자유롭지만 신용 거래에는 제약이 있다. 파산면책의 경우 5년간, 개인회생도 변제 기간 동안에는 신용 정보에 기록이 남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또 금융회사 등 개인의 신용도를 보는 직장에서는 퇴사사유가 되고 공무원은 파산 시 당연 퇴직이 된다. 이 경우 면책된다고 해도 복직이 안 된다. 이 밖에도 개인 파산 후 면책을 받지 못한다면 공무원·교사·공인중개사 등의 특정 직업군의 취업에 제약이 있다.

    ◆채권자는 손해?= 개인회생과 파산 제도가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 점에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보기 쉽다. 하지만 개인회생이나 파산 당사자는 이미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이에 채권자 입장에서도 이 제도를 통하면 채무 중 일부라도 받을 수 있다. 채무를 전액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받는 것이 채권자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제도가 없다면 악성 채권 추심을 해야만 돈의 일부라도 받을 수 있어 악성 추심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과거에는 돈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들은 채권추심에 시달리다가 종국에는 거주지에서 도주하게 되고 주민등록 말소, 부랑자 전락, 경제활동 불가 수순을 밟으며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됐다. 개인회생·파산 제도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고 금융 취약계층을 다시 국가경제의 일원으로 합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내에서 상담받으려면?= 경남도는 경남신용보증재단에 업무를 위탁해 지난해부터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이하 센터)는 채무자 입장에서 채무조정을 상담하며 경제적 자립과 회생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가계부채 관리 △복지서비스 연계 △도민 금융 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개인파산과 회생 진행에 있어 변호사를 접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서류 검토, 공적채무조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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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채무조정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5월 개소해 지난해 1149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이 중 파산면책·개인회생·신용회복 관련 상담이 67.8%(779건)를 차지했다. 올해 상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3월 기준 804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상담의 70.0% 수준까지 도달했다.

    센터는 도내 각 시군 지자체, 자활센터와 협약을 확대해 가며 금융상담이 필요할 경우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박능출 센터장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기업 파산과 회생이 국가 경제의 큰 위험이 됐다면 지금은 개인 파산과 회생이 증가하고 있어 소비의 한 축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 실패를 겪은 사람들은 빚의 악순환에 갇혀 경제활동의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 취약상황에 머물게 된다”며 “도내 전 지역에 상담 서비스를 확대 정착시켜 개인적 문제로서의 금융을 넘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복지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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