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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조현병-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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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친딸을 죽인 한 아버지가 법정에 섰다. 그의 딸은 18년째 편집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서른일곱의 딸은 집안일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자신과 아내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 게다가 그와 함께 딸을 돌보던 아내는 암수술 후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혼자서는 두 명을 부양할 수가 없었다. 벼랑 끝에 매달린 듯한 삶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딸의 목숨을 앗았다. 1심 법원은 아버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도 조현병 환자다. 사건 이후 안의 어머니는 한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연신 죄송하다 말하며 흐느꼈다. 가족은 안을 입원치료시키려고 했지만 사회는 이를 도와주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생활고를 겪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비의 부담과 부양 문제도 사회적 과제로 남았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일종의 만성 사고장애이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다 지난 2011년 이름을 바꿨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가지고 있으며, 경남에서만 약 5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을 투약할 경우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병이며, 적절한 치료로 폭력성을 통제할 수도 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존인물인 존 내쉬는 35년간 조현병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노벨상을 받았다. 1980년대 ‘한국 시의 대명사’로 불린 시인 최승자도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지만 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희망적이지 않다. 안인득이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조현병이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병을 감추지 않고 병을 치료받으려는 사회가 돼야 우리는 ‘제2의 안인득’이 아닌 ‘제2의 존 내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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