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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정규직의 눈물 누가 닦아주나

  • 기사입력 : 2019-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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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영진 (사회부)


    임금을 적게 주되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맡기면서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 이 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한 문장으로 풀면 이 정도쯤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현실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정규직과 같은 혹은 비슷한 일을 하지만 임금 수준은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처럼 위험하고 힘든 업무에 내몰리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애를 태우는 비정규직이 경남에서만 2012년 기준 32만명. 지금은 얼마나 더 늘었을지 아는 이가 없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자본의 입장에선 그러나 이 비정규직이 매력적일 것이다. 불황기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구조조정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경영상 이득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눈물이 따르는 이러한 행위도 물론 법의 테두리 안인지라 슬프지만 크게 꾸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꼭 꾸짖고 싶은 곳이 있다.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정부의 시정지시를 이행할 경우 연간 수백억원이 더 들 것을 근심해 이를 무시하는 곳. 이 명령이 나오기 전 해고시킨 비정규직을 원래 자리로 돌려 달라는 끈질긴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다 질질 시간을 끄는 곳이다.

    그 일터 앞엔 쉽사리 결론 나지 않을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이 지은 천막 한 동이 있다. 한때 그곳이 직장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십수일 전부터 농성하는 곳이다. 때때로 치밀어오르는 화와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는 곳이다. 다음 달이면 한국지엠 창원공장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시정명령이 떨어진 지도 1년이 된다.

    25일 그곳에선 같은 처지에 놓인 군산과 부평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이들을 비정규직으로라도 우선 채용해 달라”고 했다. 계속 싸우겠다고도 다짐했다. 투쟁하지 않으면 계속 부당함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영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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