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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2) 제24화 마법의 돌 72

‘나츠코는 여전히 예쁘구나’

  • 기사입력 : 2019-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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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러 경성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대구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남편은 전쟁터에 있는데 왜 나를 만나는 것일까?’

    이재영은 차창으로 흘러가는 가을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츠코의 남편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다만 소좌라고 했으니 상당히 높은 계급이다.

    ‘그 자는 전쟁을 하고 나는 그 자의 부인과 사랑을 나누고….’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일본인들에게 겉으로는 부드러운 태도를 취했으나 속으로는 언제나 일본인을 불쾌하게 생각했다.

    기차는 덜컹덜컹 달렸다. 기차의 덜컹대는 굉음에 가슴이 설레었다.

    빠아앙!

    기차는 강을 건너거나 터널을 들어갈 때 기적을 울렸다. 차창으로 지나는 차창에 단풍이 화려했다. 기차는 경성역까지 다섯 시간이 걸렸다. 경성역에 도착하자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상.”

    경성역 대합실에는 나츠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재영이 개찰구에서 나오자 활짝 웃으면서 달려왔다.

    “나츠코상.”

    이재영은 나츠코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츠코는 레인코트를 입고 있었다. 이재영은 나츠코의 어깨를 감싸안고 대합실을 나왔다. 경성역 광장은 캄캄하게 어두웠다.

    “보고 싶었어요.”

    사방이 어두웠기 때문일 것이다. 나츠코가 이재영을 와락 껴안더니 입술을 포갰다. 이재영도 나츠코를 와락 껴안았다.

    가을인데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나츠코는 이재영에게 더욱 바짝 안겼다.

    ‘나츠코는 여전히 예쁘구나.’

    이제는 중년부인이다. 몸이 전체적으로 풍만해 보였다.

    우산을 쓰고 걸었다. 나츠코가 이재영의 팔에 바짝 매달렸다. 이재영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경성역에서 총독부 쪽으로 걸었다. 종로 가까운 곳에 한정식집이 있었다. 가을비 때문에 거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나츠코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 따뜻해서 좋았다.

    “이상, 고마워요.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건 먼 길인데….”

    상 앞에 마주보고 앉아서 나츠코가 말했다.“나츠코상도 대구까지 왔었잖아요? 나는 나츠코상을 애인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영은 인생에서 여자 하나쯤은 숨겨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요?”

    “하숙집에 있을 때도 나에게 참 잘해 주었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이 좋았어요. 이렇게 오래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재영은 식사를 정식으로 주문했다. 종업원이 나가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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