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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레이와(令和)- 이문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9-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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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부터 일본은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된다. 아키이토 국왕을 이은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에 맞춰 연호 (年號)를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로 대체했다.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萬葉集)의 ‘初春令月 氣淑風和(초춘영월 기숙풍화·초봄 길한 달, 기 맑아지고 바람 부드럽다)’라는 글에서 두 자를 떼내어 만들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이 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호는 동아시아 군주국에서 통치자의 치세를 알리는 기년법(紀年法)이다. 기원전 140년 중국 한나라 무제가 사용한 건원(建元)이 시초로, 국가의 통일과 세계관의 중심을 상징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사용한 영락(永樂)이 문헌상 최초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645년 고토쿠 국왕 때 중국을 본따 연호를 도입한 이래 왕의 즉위 연도마다 사용됐다. 20세기 이후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등으로 이어져 왔다.

    ▼새 연호 레이와(令和)에 대한 시비도 있다. 레이 ‘令(하여금 령)’이 Order·Command(명령·지시)로 번역되면서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도 ‘권위적이라 불쾌감을 주고 있다’ 또는 ‘군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도 엿보인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레이가 ‘아름답다’는 뜻의 ‘Beautiful’임을 국제사회와 언론에 적극 알리고 있다.

    ▼일본의 연호는 시대가 급변했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국왕이 지배하는 국가임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탓할 바는 아니지만, 국왕의 치세를 드높이기 위해 다른 나라와 민족을 핍박하거나 해를 끼치는 행위가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웃나라 국민으로서 ‘레이와’가 그들의 말처럼 ‘아름다운 조화 Beautiful Harmony’를 지향했으면 한다.

    이문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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