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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화와 지방분권?-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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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분권의 이상적인 모습은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자치단체인 시·군·구에 최대한의 권한과 재원을 이양해, 주민 스스로 자치단체 정책을 수립하고, 주민이 수립된 정책에 책임을 지는 정치·행정 시스템의 구축이다. 최근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하려는 시도는 지방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나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본뜻에 한 발짝 다가가는 길이다.

    지방자치가 이루려는 목표는 주민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해 국가, 사회의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데 있다. 지방자치의 이념은 우리 헌법이 최고 원리로 삼는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를 지방행정에 실현하는 것이며, 이러한 헌법 이념을 국가·사회의 구석구석까지 착상해 활짝 꽃피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제도를 이들 헌법 원리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도록 개선하려는 데 있다. 필자는 이를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전국 구석구석화’라 부른다.

    현재의 세계사적 흐름은 민주주의의 확대 강화와 이를 위한 지방분권의 확대, 그리고 자치단체나 시민의 자기결정권 강화에 있다. 지방자치의 확대 강화는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주의와 국민(인민)주권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주민의 기본권 실현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이념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불가피하다.

    자치권의 확대 강화는 현대사회가 세계화, 지방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전에는 국가의 전속적인 관할권이던 사무들이 최근에는 자치단체의 권한 사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예컨대 영해의 자치단체 관할권 인정, 외교권이나 공항, 항만관할권에 대한 자치단체의 권한 인정 등은 자치권 확대 강화의 좋은 사례이다. 또 전통적으로 법률의 규율영역이던 사항도 조례로써 규율할 수 있다는 조세조례주의나 기본권 제한 조례주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6호 나목에서도 “지역의 화재예방·경계·진압·조사 및 구조·구급” 사무를 자치사무로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지방분권형 개헌을 공약하면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이율배반적 공약이었다.

    그런데 지난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이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번 청원은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다음 날인 지난 5일부터 시작돼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청원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국회 벽을 넘지 못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소방안전법 등 법 개정을 호소했다. 국민의 여론도 이에 부응한다. 고성·속초 산불진화는 대성공이었다. 정부와 소방관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소방관의 처우개선과 국민의 안전권 보장, 소방 관련 예산의 확보와 인력충원, 대형 산불 진화 등에 각 자치단체 소방력 동원은 소방관의 국가직화만이 풀 수 있는 능사는 아니다. 국세·지방세의 조정,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 등을 통해 그들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은 정책 의지의 문제다.

    국가 정책을 순간적인 상황이나 여론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자치의 이념이나 본뜻에 충실하면서 문제의 해법은 그 속에서 찾아보자.

    강재규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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