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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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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4) 제24화 마법의 돌 74

“춤을 출 수 있어서 행복해요”

  • 기사입력 : 2019-04-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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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코의 눈이 번들거렸다.

    “잘 못 춰요. 나츠코상은요?”

    “조금 배우기는 했는데….”

    나츠코가 얼굴을 붉혔다. 카바레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서 어디서 춤을 배웠는지 알 수 없었다. 이재영은 다시 술을 마셨다. 흐느적거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이재영도 흥분이 되는 것 같았다.

    “춤추러 나가요.”

    나츠코가 이재영의 손을 잡았다. 이재영은 나츠코를 따라 플로어로 나갔다. 플로어에서는 불과 세 쌍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 쌍은 남자가 양복을 입고 여자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두 쌍은 남자는 양복이었고 여자는 양장 차림이었다.

    이재영도 나츠코의 허리를 안고 춤을 추었다. 블루스는 서로를 안고 음악에 맞춰 발을 떼어놓으면 되었다. 춤을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츠코는 간간이 이재영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몸도 바짝 밀착시켰다. 조명은 초록색과 붉은 색으로 어우러져 있었으나 어둠침침했다. 조명 때문에 더욱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춤을 출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나츠코가 얼굴을 이재영의 가슴에 기댔다. 그녀의 머리에서 향긋한 비누냄새와 비 냄새가 풍겼다.

    살과 살이 닿자 하체가 묵직해져 왔다. 부드러운 촉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은 어때요?”

    나츠코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여자가 얼굴이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 외간남자를 만날 때 여자는 행복한 것인가.

    “나도 좋아요.”

    이재영은 나츠코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겼다. 나츠코는 들떠 있었다. 술과 음악 때문에 흥분한 것 같았다. 이재영은 주위를 살폈다. 낯선 손님들이라 이재영과 나츠코를 곁눈질하는 사내들도 있었다. 카바레는 건달이나 한량인 단골손님들이 많다. 그들이 이재명을 아니꼬운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그들과 시비를 붙으면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오래 있으면 안 되겠구나.’

    이재영은 한 시간쯤 지나자 카바레에서 나츠코를 데리고 나왔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있었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나츠코가 그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이재영도 그녀를 격렬하게 포옹했다.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거리에 인적이 끊어지고 차도 다니지 않았다. 종로 거리가 차가운 가을비에 젖고 있었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요. 그냥 갑시다.”

    이재영이 나츠코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요.”

    나츠코가 미소를 지었다. 이재영은 나츠코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종로의 뒷골목에 여관이 있었다.

    이재영은 여관을 잡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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