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20일 (목)
전체메뉴

(774) 타철진열(打鐵?熱) - 대장장이가 쇠를 두드려 물건을 만들 때 뜨거울 때에 하라.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9-04-30 07:00:00
  •   
  • 메인이미지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속담 가운데 ‘쇠뿔도 단김에 뽑아라’라는 말이 있다. 소의 뿔을 뽑을 때는 어정거리지 말고 단숨에 뽑아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주저주저하지 말고, 즉각 과감하게 처리하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어딘가 약간 뜻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지 국어학자들이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소의 뿔을 뽑을 때 그냥 뽑으려고 하지 말고, 뿔의 밑 부분을 불로 지져서 물렁물렁하게 만든 뒤 뽑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이 해석은 아무래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옛날에 소는 농사에 꼭 필요한 원동력이었고, 가난한 농가의 살림살이 밑천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울지만, 집의 소가 죽어도 식구들이 울었다. 소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자기 소가 없으면 남의 소를 빌려 쓸 수도 있지만, 농사일이라는 것이 같은 시기에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집에서 쓰고 있는 소를 빌려서 자기 농사를 지을 수는 없으므로, 농사를 지으려면 반드시 소를 먹여야 했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농사를 위해서 소를 못 잡게 하고, 소고기를 못 먹게 했다.

    그런 귀중한 소인데,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 이상 멀쩡한 소의 뿔을 뽑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소의 뿔을 뽑기 위하여 뿔의 아랫부분을 불로 지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뿔이 뽑힌 소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소뿔의 용도가 그릇, 피리, 활 등에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소에서 뿔을 뽑는 일은 있지도 않았다. 현실을 모르는 학자들이 억지로 해석하자니 이런 무리가 생긴 것이다.

    이 말은 원래 ‘쇠 불도 단김에 뽑아야 한다’라는 말이 잘못되어 ‘쇠뿔도 단숨에 뽑아야 한다’라는 엉터리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옛날 시골 대장간에서 쇠를 불 속에 넣어 벌겋게 달구어 가지고, 꺼내어 망치로 두들겨 필요한 칼이나 호미, 도끼 등을 만들었다. 불 속에서 바로 꺼내 망치로 두드리면, 벌겋게 달구어진 쇠가 물렁물렁하여 대장장이가 마음먹은 대로 물건이 만들어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쇠 불이 식어 버리면, 망치로 두들겨도 쇠가 변형이 되지 않고, 헛되이 힘만 든다.

    그래서 대장장이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때, 쇠의 불이 달았을 때 두들겨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면 수월하게 뜻대로 되지만, 시기를 놓쳐버리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이 일에서 비유해 가지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효과가 최대로 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있으니, 그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었다.

    공부나 기술도 마찬가지다. 가장 학습효과가 빠른 적절한 시기가 있다. 그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打 : 두드릴 타. *鐵 : 쇠 철.

    *? : 쫓을 진. *熱 : 뜨거울 열.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