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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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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주세법 개정 어떻게 달라지나

알코올 함량 따라 세금 부과 맥주파 웃고 소주파 운다?

  • 기사입력 : 2019-04-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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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세법 개정 어떻게 달라지나

    주세 과세체계 개편안 발표가 이달 안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술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바꾸는 작업이 50여년 만에 이뤄지는 것. 정부는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에 맡겼고, 곧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초순께 주세 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해 ‘주세법 개정’이 업계 이슈로 떠올랐다.

    ▲종가세와 종량세

    주세 과세체계는 ‘종가세’와 ‘종량세’로 나뉜다. 종가세는 술 제조판매에 드는 관리비, 이윤 등을 합한 출고가의 일정 비율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현행법으로 보자면 판매원가에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세 10%가 부과되는 식이다. 반면에 술의 양 또는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종량세다. 즉 술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지, 술양이나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종가세와 종량세를 나누는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 과세표준을 종가세로 정해두고 있는데, 이번 주세법 개정은 이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입맥주가 4캔에 1만원이 가능했던 이유

    최근 몇년 사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5캔에 1만원’ 등 수입맥주를 ‘묶음’으로 저가에 살 수 있었다.

    이러한 저가판매가 가능했던 데에는 현행 주세법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 종가세가 수입맥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탓. 종가세를 수입 맥주에 적용하게 되면, 수입맥주의 출고가에 주세를 매기게 되는데, 이 ‘출고가’가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산정 방식이 다르다. 국산맥주는 출고가에 판매관리비, 포장비, 이윤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수입맥주는 신고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신고가를 임의로 낮게 신고하면 주세도 낮아지는 것. 이러한 주세책정 방법이 수입 맥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힘입어 수입맥주 시장은 무섭게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06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 6895만달러 대비 4.5%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사상 처음으로 3억달러를 넘어선 3억968만달러(3520억원)를 기록했다. 업계에 일각에서는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5년 내 맥주시장에서 수입 맥주 점유율이 40%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가세에 우는 국산맥주

    종가세 때문에 가장 크게 울상을 지은 술은 국산맥주다. 그렇지 않아도 싱겁다, 맛이 없다, 경쟁력이 없다는 등 혹평을 받고 있는데다, 수입 맥주 저가판매 공세에, 다양한 입맛에 맞춘 수제맥주 시장 팽창까지, 더 이상 당할 재간이 없어진 것.

    업계에 따르면 국산맥주 출고량은 지난 2014년 205만576㎘에서 2017년 182만389㎘로 줄었으며, 2017년 기준으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공장 가동률은 3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맥주 산업 공동화로 인해 2017년 기준 6년간 약 4200명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도내에서도 하이트 진로 마산공장이 지난 4월부터 맥주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하이트 맥주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마산공장은 맥주를 대신해 소주 생산설비를 갖추고 5월부터 소주를 생산한다.

    메인이미지하이트 진로 마산공장 소주 생산라인./경남신문유/

    ▲주세법 개정 최대 수혜자는 수제맥주?

    사실 주세법 개정에 대해 가장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는 수제맥주업계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가격대가 높은 수제맥주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종량세를 적용했을 경우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가격은 1000원 이상 낮아진다. 하이트나 클라우드 등 국산 맥주 뿐 아니라 수입 맥주와도 겨뤄볼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메인이미지수제맥주 가게인 '생활맥주' 직원이 맥주를 따르고 있다./생활맥주/
    메인이미지수제맥주 대표 프렌차이즈 '생활맥주' 제품들./생활맥주/

    실제 수치상으로 지난 2014년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규모 맥주 조제업체 세율 인하와 음식점 납품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국산맥주 양조장 수는 2014년 54개에서 2018년 127개로 늘었고, 시장규모 또한 2014년 200억원에서 2018년 633억원으로 커졌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수제맥주 창업 열풍으로 새롭게 문을 연 수제맥주 전문점은 약 600여개에 이른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측은 “종량세가 시행될 경우, 수제맥주 시장에 75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6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술값, 오르나? 내리나?

    주세법이 개정될 경우 소주와 맥주의 가격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 걸까?

    일단 국산맥주는 종량세로 변할 경우 알코올 함량이 낮아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량세를 적용했을 경우 500mℓ 캔맥주 1개당 360원 정도 세금이 줄어든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소주는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종량세를 따를 경우 와인, 위스키, 전통주 등도 알코올 함량에 따라 주세가 매겨지면서 평균적으로 고가의 상품은 가격이 내리고, 저가의 경우 오를 확률이 크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이 인상 되지 않는 선에서 종량세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주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될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주류 업계의 분석이다.

    도내 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소주는 오르고 맥주는 내리는 등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기재부는 가격인상 없이 종량세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어 각 제조사들은 관망만 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주류 품목을 세부적으로 쪼개어서 종량세 비율을 책정한다면 가격 변동없이 개정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 경우 FTA 문제가 불거지는 등 쉽지가 않을 것이다. 개편안을 두고 정부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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